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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1 ㅣ 세계신화총서 6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맹강녀 전설이라는 이야기가 중국에 전해져 내려오는가 보다. 그 이야기를 쑤통이 다시 쓴 책이다. 설화를 다시 재구성한 것이 무엇이 그리 문학적인 가치가 있으랴 싶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이 책이 그리 만만한 책이 아니란 것을 느끼게 된다.
황석영의 바리데기가 무가에 나오는 바리데기의 이야기를 원형을 빌려와서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라고 한다면, 맹강녀의 전설을 재구성한 눈물이라는 이 길고도 긴 소설은 그 이야기의 틀을 당시로 그대로 유지를 하면서, 오늘날의 감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백년동안의 고독'을 생각했었다. 환상적 리얼리즘이라고 불리는 그 책의 기법을 차용한 것이라는 생각이 줄곧 들었기 때문이다. 동양적인 배경에 동양적 설화를 차용했기에 다른 느낌이 들지만, 이 책의 환상적인 스토리텔링기법은 백년동안의 고독의 그것과 유사하다.
눈물. 이 책은 일관되게 눈물을 가지고 이야기 한다. 장장 600페이지나 되는 긴 내용을 어떻게 눈물이라는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채울수 있는지 작가의 능력이 대단할 뿐이다. 문체는 짧고 빠르게 지나간다. 절대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질질 끌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빠른 전개는 많은 이야기를 끌어들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긴 부피에도 불구하고 아주 간단한 얼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삶의 아픔과 그 아픔을 사랑과 한이라는 얼개로 접근하는 작가의 집요함은, 이야기를 독특하고 특이한 문장들로 덮고 있다.
뒤돌아보면 매우 장식적인 문장들이다. 그러나 그 문장의 기교들은 주제의식속에 잘 녹아들어 있기 떄문에 장식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소박하고 슬픈 한편의 잘 그린 동양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만드는 것 또한 작가의 문체가 가지는 능력일 것이다.
눈물을 흘려서 사람이 죽고, 눈물을 흘리는 것을 감추기 위해 머리로 눈물을 흘리고, 눈물로 세상을 살아가고, 눈물로 성을 무너뜨리기까지 하는 그 집요함. 그것은 그렇게 세상을 살아가야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중첩된 삶의 무게가 있었기에 결코 과장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삶이란 어쩌면 이런 것일 것이다. 사실주의보다 삶의 아픔과 그 아픔을 이겨내려는 사람의 의지를 더욱 사실적으로 그려낸 책. 그래서 우리에게 이토록 큰 감동을 주는 힘과 독창성을 가지는 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