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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워커홀릭 - Walk-O-Holic
채지형 지음 / 삼성출판사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세계일주. 그냥 막연하게만 생각했었다. 그런 것을 떠나는 사람도 있긴 할 것이라고. 그런데 이 책은 사람의 마음을 살짝 들뜨게 한다. 이 사람이 떠날 수 있는 것인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저자는 말한다. 1년간의 세계일주라고 해봐야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인생을 240페이지의 책으로 말하면 1년은 3페이지에 불과한 것이라고, 인생을 하루라고 생각한다면 1년은 18분에 불과한 것이라고...
하긴 말이 쉽지 잘 다니던 직장을 접고, 어지간한 사람이 2-3년을 모아도 저축하기 쉽지 않은 돈을 들여서 세계일주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같이 일상이라는 것에 붙박이로 붙어서 사는 사람들, 요즘 같은 세상에 이 같은 안정된 직장이라도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냐는 마음으로 일상의 권태를 잠재우는 사람들에게는...
그러나 나에게도 꿈은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별을 내 발로 걸어보고 싶고,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내 눈으로 직접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들의 세상에서 들려오는 낮선 소음들과, 낮선 공기를 내 폐 속에 담아보고 싶다. 그들이 먹는 다른 맛을 가진 음식들을 먹으면서 맛있다. 혹은 맛없다는 잔소리들을 궁시렁거리고 싶기도 하다. 그들의 삶의 모습을 카메라에 멋있게 담아보고 싶기도 하다.
그런 열망들이 나에게 여행에 관한 책들을 찾게 만든다. 내 여권에 찍힌 나라들의 도장 숫자는 그리 많지 않지만, 내 서가에 꼽힌 나라들의 이름을 합치면 그리 적지가 않다. 얼마지나지 않으면 나도 세계 일주를 하게 될 것이다. 적어도 책으로는... 혹 아는가... 언젠가 나도 이 책의 저자처럼 내 아내와 둘이서 배낭을 배고 세상을 돌아다니게 될지... 적어도 나는 이 책에서 세계일주를 위한 좋은 자료들을 얻었다.
세계일주를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카페의 이름과 주소, 세계일주를 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항공권. 각 나라별로 비자를 받기에 좋은 방법. 준비한 여행자금을 사용하기에 좋은 방법. 각 나라별로 방문하기에 좋은 계절... 각 나라에서 즐기기에 좋은 것에 대한 정보.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여행을 하는 목적을 분명히 하라는 충고. 세계일주 여행을 떠나려면 무엇을 위한 여행인지에 대한 목표가 분명해야 더욱 즐거울 수 있는 여행이 된다는 지극히 타당하지만, 쉽게 생각해내기 어려운 것에 대한 충고.
그리고 이 책을 따라 읽으면서 느껴지는 삶의 여유로움과 인생의 풍만함. 이 세상에는 아직도 내가 방문하고 싶은 곳들이 있으며, 내가 느껴보고 싶은 문화와 삶의 다른 방식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것들을 경험해보고 싶은 꿈을 내가 가지고 것에 대한 자각. 그런 것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들이었다. 나도 무언가 꿈을 가지고 있다는 깨달음은 오늘 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이 그렇게 쓸쓸한 것만은 아니란 것을 알게 해주기에... 적어도 앞으로 한동안은 내 삶도 희망을 가진 것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