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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으로부터의 탈퇴 - 국민국가 진보 개인, 양장
권혁범 지음 / 삼인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이 국민으로부터 탈퇴를 한다는 것은, 국민이라는 무정형의 틀속에 담긴 강한 비언어적 합의의 사슬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을 말한다. 비국민이라든가, 국가에 대한 책임감의 결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이 말하는 탈퇴하고자 하는 국민은,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서의 국민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가 우리들에게 은연중에 강제하고 있었던 것으로부터의 탈퇴를 말한다. 국가주의라는 것은 하나의 이데올로기다. 식민지로부터 해방된 신생독립국, 국가를 세운지 얼마 안 되어 터진 비참한 전쟁, 그리고 휴전상태의 지속과 전 국민의 예비군화는 우리나라를 병명문화로 만들었다. 그것은 일찍이 박노자도 지적한 바가 있는 문제이다. 우리가 진정한 근대화를 이룩하기 못한 것도 바로 그런 여건이 만들어 준 절름발이 민주주의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화의 발전이 이루어진다는 지금도 우리는 국가라는 감정적 대상에 비이성적인 반응을 보인다. 월드컵 때 보여준 뜨거운 열기가 외국인의 눈에는, 국민적 에너지가 결집되는 대단함으로 보다는, 한국적 정서에서만 가능한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보여졌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는 일이다. 우리들 속에 은연중에 남아있는 국가주의의 힘이 그때 그렇게 폭팔했던 것이다. 우리는 이제 국민보다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 나라를 위해 무조건 희생하기 보다는 개개인의 권리와 의무에 더욱 충실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것은 국민이 아니라 시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