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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에서 바라본 근대 - 아이누와 식민주의
테사 모리스-스즈키 지음, 임성모 옮김 / 산처럼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국민국가라는 개념은 과연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은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명확한 경계선을 가진 영토국가는 또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동아시아는 유럽의 중세와는 다르게 비교적 영토적 경계에 대한 개념이 일찍부터 뚜렷했었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국가들에게도 변경은 항상 존재했었다.
비교적 오늘과 가까운 조선시대에도 북방영토의 경계는 애매했었다. 중국 역시 변경지역에 대한 한계를 명확하게 지우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양한 이름의 오랑캐의 존재는 바로 불명확한 국경의 존재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비교적 단일한 민족적 구성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를 제외하고 아시아 국가들의 국가경계는 매우 유동적이었다.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근대에 이르기까지도 북해도의 아이누 족은 일본인이 아니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것도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아이누 인들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일본은 자신들의 고국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들의 땅을 침범한 침략자의 무리들이기도 하다. 이처럼 변경에서 바라보면 중심에서 보는 것과는 세상의 모습이 달리 보이게 된다.
이 책은 그렇게 변경이라는 시각에서 오늘날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도를 하는 책이다. 근대는 중심부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찬란한 발전의 역사였을지는 모르지만, 변경에 속한 사람들의 시각으로 보기에는 폭력과 억압의 역사로 비칠 수 있다. 영토적 확장과 중심부의 확장으로 인한 변경의 정체성의 상실의 역사일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