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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남한산성에는 임금과 신하들이 갇혀 있다. 임금은 무엇이고 신하는 무엇인가. 그들이 백성에게 어떤 존재인가. 백성들의 삶에 질서를 부여하기 위해서 봉사하는 존재인가. 백성들을 자신들이 추구하는 바로 몰아가기 위한 장기판의 말들처럼 생각하는 존재인가. 책은 청나라의 침입이라는 공간을 두고 다양한 시각을 제공한다. 읽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서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을 만한 구성을 가진 책이다. 왕의 굴욕.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백성들 위해 군림하면서도, 백성들을 지킬 노력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 아닌가. 무책임하고 소임을 자각하지 못한 게으른 왕의 굴욕을 우리의 굴욕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주화파와 주전파의 다툼은 그들만의 이야기일 뿐이다. 백성들의 아픔보다는 명분과 체면, 그리고 그들이 살아갈 앞날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왕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어떤 길을 택하든 백성들의 삶이 곤궁한 것은 마찬가지다. 진정한 지도자의 처신은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가. 백성들을 위해서 어떤 입장을 택했어야 하는가. 그런 준비를 하지 않은 나라와 군신들이 처하는 입장은 얼마나 제한적인 것인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비교하면서 여러 가지로 음미할만한 지적인 도전을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