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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프랑스에 악취가 가득하던 그 시절. 길가에 뭍은 오물에 닿지 않으려고 높은 굽의 구두가 생기고, 도시를 가득 채운 악취를 제거하기 위해 ‘화장실용 향수’가 사용되던 시기였다. 그 시기를 살아간 한 인간의 열망과 좌절. 그리고 그리움에 대한 몸부림과 파멸에 관한 이야기이다. 특별한 태어남에서부터 그는 세상에서 버림을 받은 사람이었다. 생모로부터 버림을 받았으나,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 시절의 평민의 삶이 고단하지 않은 것이 있었을까만, 그에게 주어진 삶이란 것은 그저 힘든 하루하루의 연장이었을 뿐이다. 그러다 그는 세상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를 만족시키고 그에게서 뜨거운 열정을 끌어내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닿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향기였다. 향기를 찾아서, 향을 만드는 방법을 찾아서 그는 세상을 헤집고 다녔다. 마침내 그는 궁극의 냄새. 자신을 만족시키는 그 향을 찾아내게 되었다. 미학적으로는 아름다우나, 현실적으로는 끔찍한 연쇄살인을 벌이는 그의 심리상태는 정상인의 그것이 아니다. 살인을 정당화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이 책은 윤리를 따지지 않는다. 극렬한 병치. 가난과 부유. 더러움과 고귀함. 인생의 아픔과 인생이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감동. 그런 암과 명의 병치가 이 책을 끌어가는 힘이다. 살인을 정당화하지는 않지만, 살인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주인공의 병적인 심리를 따라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래서 그토록 유명하고, 그래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이 책을 보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