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
김진송 지음 / 현실문화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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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 왜 하필이면 책벌레일까. 책 속으로 기어들어가고, 또 책을 뚫고 나오는 기이한 목각작품. 이런 나무작업을 순전히 손으로만 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들어갈까. 또 이런 작품을 누가 돈을 주고 사가려고 할까. 특이하고 생각을 하게 해주는 작품이지만, 그리 돈이 될 것 같지는 않는 작품이다. 그래. 이 목수는 돈을 위해서, 생계를 위해서 나무를 깍는 사람이 아니다. 장인의 반열에 올리기에는 모자람이 있을지 몰라도, 자신이 바라고 원하는 것을 위해 많은 것을 버릴 수 있는 용기와 열정만은 높이 사줄만하다. 그렇다고 세상에 흔한 별종들과는 조금 성격이 달라 보인다. 그의 작품에는 단순한 특이함을 넘어선, 왠지 품격같은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조형물로서의 가치는 어떨지 모르겠다. 나는 그런 분야에 전문적 식견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것을 돈으로 환산하기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장식용으로도, 실용성으로도, 미적으로도 그저 그렇다. 그러나 그의 목각 작품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하다. 많은 글을 쓰던 저자가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갈증을 풀어내는 방법으로 목각을 택한 것은 아닐까. 그저 그런 추측을 할 뿐이다. 이 작품의 저자는 조용하고, 이 작품을 보는 독자는 시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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