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
김진송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그는 목수가 되었다. 나무를 다듬고 깍고 하여 무엇인가 형태를 만드는 사람말이다. 그는 나무가 품고 있는 성질을 밖으로 드러내어줄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어디 목수가 하는 일이 나무의 말을 대변해주는 것 뿐이겠는가. 그는 나무를 통해 그의 마음속에 담고 있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가 만든 작업물들을 가만히 보면 특이하다. 실생활에서 사용할만한 것들은 거의 없다. 좀 멋있게 생겼다 싶은 것이 눈에 뜨인다 싶으면 실제로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약해 보인다. 좀 현대적인 감각이 살아있다 싶은 것은 집의 어디에 가져다 놓아도 어울릴 것 같지가 않다. 그런 물건들을 수많은 시간들을 들여서 만드는 것이 이유가 없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도 말한다. 나무 의자의 등판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한나절을 온전히 사용해버리는 이런 작업이 엉뚱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볼때가 있다고 말이다. 구식연장을 사용해서 손으로 이루어지는 그의 작업은 대단한 정성이 아니면 힘든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그는 흔한 의자에서부터 탁자까지, 그리고 등불장식이나 나무 인형같은 것들을 만들어 낸다.

스스로를 목수라고 부르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목수와는 다른 일을 한다. 집을 지을때 감독을 하거나, 나무로 멋들어진 실내 장식물을 만드는 일과는 다르다. 그가 말하는 목수는 정말로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단어로서의 목수가 아니라 나무를 다루는 일을 하는 장인으로서의 목수이다. 그런데 그의 목수 생활은 참 어슬퍼 보인다.

수많은 나무의 이름과 종류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러나 어떠랴. 그는 인내하고 시간을 투자하며, 조급해하지 않고, 나무의 성질이며 특성들을 하나씩 알아간다. 소위 그가 목리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그런 것들을 하나씩 익히고 체득하면서 그는 점점 제법 목수다운 목수가 되어가는 것 같다.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그가 만든 나무 조형물들의 특성이 나타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책은 그냥 무미건조한 목수의 나른한 일상 생활을 적은 그런 저런 이야기도 채워진 것 같다. 그러나 느린 호흡으로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보면 문장들이 예사롭지 않은 것을 느끼게 된다. 그가 애써 소박하게 적은 것일뿐, 그는 먹물이기 때문이다. 배울만큼 배웠고, 책도 많이 쓴 사람이다. 그에게는 어려운 용어를 사용해서 문장을 만드는 것이 더 쉬울 것으로 느껴진다.

그는 책의 끝까지 결국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지식인에 대해서 한구절 잠깐 언급한 것 외엔 그는 자신의 속 내를 잘도 감추고 있다. 그렇지만 그가 결코 만만치 않은 분량의 이 책을 통해서 아무말도 하지 않은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에 실린 사진들에서 그것들을 읽어내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이제 목수이다. 목수는 목수로서 말할 뿐이다.

그래서 그가 생산해낸 목물들이 가진 모양새를 다시 주르르 훝어보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그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가가 느껴진다. 조용하고 느긋한 선비의 음성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소박한 삶과, 삶의 지혜에 대한 그리움으로 부터 시작해서 그의 유년기의 꿈에까지 이른다. 또한 속박된 삶에 대한 반감이 표현되기도 하고, 비상하지 못한 비루한 용의 자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나무 속에서 나무의 가치를 찾아내는 평이한 작업에서 부터 나래를 펴고 하늘을 나는 새에 이르기까지 그가 바라고 원망하는 것들이 모두 목물로 나타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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