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산책, 자연과학의 변주곡
교양과학연구회 지음 / 청아출판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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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빅뱅이 있었다고 한다. 태초에... 수십억년 전에.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이 거대한 우주가 생겨났다는 것을 어떻게 알수가 있겠는가. 아틀라스가 하늘을 바치고 있다는 것만큼이나 터무니 없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나는 빅뱅이 있었다고 믿는다. 아틀라스가 육중한 하늘을 받치고 있다는 것은 고대 그리스 사람들의 세상에 대한 우화적인 인식이지만, 태초에 빅뱅이 있었고 그러 인해 우주와 그에 속한 모든것이 탄생했다는 것은 과학이기 때문이다.

 

확실한 사실. 검증가능하고, 거듭 반복해서 확인이 가능한 것. 그곳에서 시작해서, 논리적인 귀결을 하나씩, 둘씩 쌓아가는 그 지난한 작업의 끝에서 그 기반을 딱아가는 것이 현대과학이기 때문이다.  상대성 이론을 적용한 폭탄이 식민지 지배를 종식한 시대변화의 여파속에서 태어나, 과학기술이 폭팔하는 바로 그 시점에 성장을 하여왔다. 양자이론이 서서히 인정을 받고, 입자가속기가 예견되던 입자들을 하나둘씩 발견해 내는것을 목도하면서 살아왔다.

 

보이지 않는 양자세계를 인정할수 있는데, 동일한 방식으로 유추할 수 있는 빅뱅을 믿지 못할 이유가 있겠는가. DNA의 증거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유구한 진화의 역사를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 과학은 이렇게 하나하나의 근거를 쌓아가면서 세상을 새롭고 견고하게 구축하는 과정이다. 과학하는 즐거움은 이렇게 세상의 존재양식을 이해하는 것이고,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 어떻게 존재해 왔는지. 그 속에서 약간의 시간을 살아가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를 바르게 인식함으로써 내 삶의 위치를 알수가 있는 것이다.

 

나는 광활한 우주에 존재하는 할알의 먼지와 같은 작은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나라는 존재의 왜소함이 나를 가치없는 존재로 만들지는 않는다.  수억년의 세월을 통해 먼지가 응축해 불타는 항성이 되고, 그 항성이 응축하며 초신성으로 폭팔하는 광체와 함께 만들어진 철과 같은 무거운 원소가 우주로  흩어지고, 그런 무거운 원소들이 모이고 모여, 조합이되면서, 생명을 탄생시키는 비밀의 코드에 맞게 배열해서 비로소 태어난 것이 나라는 존재이다.

 

나를 만들기 위해 거대한 우주가 존재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 속에는 그 광대한 우주의 역사속에서 비로소 만들어진 산물들이 차곡차곡 모여 있다. 내 혈관을 도는 피를 구성하는 헤모글로빈이 바로 그런 철분을 원료로 만들어졌다.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햇살은 태양을 구성하는 수소원자들이 켜켜이 쌓인 자신의 무게에 짖눌려서 더 무거운 원소인 헬륨으로 융합해가는 격렬한 화학반응의 결과이다. 엽록체가 그런 햇빛을 동력으로 삼아 만들어낸것이 내가 호흡하는 산소이다.

 

과학으로 우주를 본다는 것. 과학하는 사고방식을 가진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얻는게 아니라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과학책을 읽는가라고 묻는다면, 내가 존재하는 이 세상의 실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답하고 싶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흔들림없는 세계관과 자신의 우주관을 가질수 있다. 바로 그 바탕위에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나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는 것이 주는 충만함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우주가 연주하는 거대한 오페라의 선율을 음미하면서 세상을 과학으로 사유한다는 것이 가지는 의미로움을 느끼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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