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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백년 식당
구혜란 지음 / 니케북스 / 2020년 2월
평점 :
우리나라에서도 얼마전부터 '노포' 즉 오랜 시간동안 지속되어온 점포에 대한 관심이 일기 시작했다. 그러면 얼마나 오래되면 노포가 되는 것일까. 정확한 정의가 있지는 않지만 3대에 걸쳐서 내려오는 가게나, 100년 가량의 세월동안 지속되어온 가게면 충분한 자격을 갖추지 않았나 하고 생각해본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친다면 3대면 대충 100년의 세월이 되는 셈이다. 지금이 2020년이니. 지금부터 100년 전이라면 1920년, 즉 3.1운동 바로 다음해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참으로 오랜 세월동안 지속되어 온 점포이다.
이런 사정으로 근대화의 역사가 짧았던 우리나라에서는 노포를 찾아보기가 그리 쉽지가 않다. 그런 사정으로 주로 일본을 중심으로 노포에 대한 관심이 일고, 대중매체에나 오랜 세월을 이어온 점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일본의 노포에 대한 것이 많은 것일게다. 근대화의 역사가 길고 오랜 세월동안 전란등의 피해를 입지 않아서, 오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잘 보전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곳이 노포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장소가 되는 셈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10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세월동안 하나의 점포가 꾸준히 이어질 수 있을만큼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는 곳이라는 조건이 하나 더 추가 되어야만 노포가 될수 있는 조건이 완성될 것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뉴욕의 백년식당에 대한 책이다. 백년의 세월을 견딘 뉴욕의 '노포' 음식점들의 이야기인 셈이다. 미국의 역사가 짧다고 하지만, 뉴욕은 미국개척의 초창기부터 개발되어 온 도시이고, 이민자들이 대거 뉴욕을 통해 미국땅에 발을 디뎠다. 뉴욕은 가장 번화하고, 가장 핫하고 트렌디한 도시이기만 한게 아니라, 미국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긴 역사를 간직한 도시들 중에 한 곳인 셈이다. 그만큼 오랜 세월동안 뉴요커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온 곳이기도 하고, 또 여러차례에 걸친 뉴욕 시가지의 재개발 붐에서 살아남은 '행운' 또한 갖춘 점포들이 바로 이 책에 소개된 식당들이다.
이 책에 소개된 식당들은 100년의 역사를 가진 음식점들의 필수조건인 '맛'의 측면에서 일단 보장된 음식들을 제공하는 곳인것이 틀림없다. 뭐니 뭐니해도 맛없는 식당이 100년을 살아남을 수는 없겠기 때문이다. 또한 100년을 지속하다 보니 그곳에 깃들어 있기 마련인 연륜이 느껴지는 곳이 될 수 밖에 없다. 즉 그곳에는 고풍스러움과 중후함, 그리고 오래된 가게를 알아보고 찾아오는 격조높은 가게에 어울리는 격식있는 손님들이 함꼐 어울어져 있는 것이다. 손님과 주인, 이야기가 깃든 가게 분위기와 오래된 집기들. 그곳에서 사람들 사이에 공유되고 사랑받고 또 세월을 거쳐서 이어져갈 음식들이 함께하는 멋진 가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