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어른을 위한 동화 2
안도현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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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을 차고 하늘로 높이 뛰어 오르는 연어의 모습을 TV를 통해 보면서 장관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연어의 존재론적 입장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는 못하였다. 먼 바다로 나가 삶을 산 뒤 다시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장하다고만 생각했지, 알을 낳고 죽기 위해 그 먼 거리를 되돌아오는 힘든 여정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진 않았었다. 그러나 난 한때 시지프스의 이야기를 가지고 많은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었다. 실존적인 의미에서 높은 산을 향해 무거운 바위를 굴려 올리는 시지프스의 모습이 영웅적으로 보였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난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시지프스는 왜 그 바위를 내버려두고 용감하게 발길을 되돌려 산을 내려오지 않는가라고? 바위가 머물지 못할 산 정상에 바위를 올려가려는 헛된 노력을 그만두고, 자신이 그 산 정상에 스스로 않아 땀을 식히며 세상의 모습을 감상하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라고! 한때는 멋있게 보였던 존재에 대한 도전의 의지가 이젠 서서히 삶의 효율성과 삶의 편안함에 삭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은빛연어의 의문. 우리는 왜 알을 낳고 죽기 위해 살아야 하는가라는 존재로적 의문은 내가 가지고 있는 의문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눈맑은 연어의 가르침.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힘차게 뛰어 올라라는 충고가 옳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난 아직 그 맑고 순결한 가르침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난 여전히 세상에 대해, 존재에 대해, 인간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것의 형식에 대해 불만이 많다. 내 귀는 눈맑은 연어의 충고를 옳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그것을 가슴속에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많은 불만으로 가득차 있다. 그렇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어두운 바닷가를 회유하면서 이 책 저 책 사이를 부유하고 있는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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