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경을 넘는 방법 - 문화.문명.국민국가
니시카와 나가오 지음, 한경구.이목 옮김 / 일조각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국가와 국민, 그리고 문명과 문화.. 이 모든 훌륭한 가치를 가진 것들은 모두 근대의 발명품이다.’ 이 책은 이렇게 말한다. ‘문명과 문화는 사람을 옳아매는 이데올로기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이 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 서구문화와 대립을 벌이는 이슬람 문화는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와 문명이라는 요소를 상대화하는 안목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도 자기가 한 나라에 속한 국민이라는 또 다른 이데올로기를 벗어나기는 어렵다.’라는 말에는 쉽게 동의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특히 유구한 역사의 단일민족을 자랑해온 우리로서, 식민지 통치에서 벗어난 경험을 가진 우리는 민족과 국가라는 가치를 얼마나 대단한 것으로 생각해 왔던가. 그래서 이 책은 때로는 발칙하게 보일수도 있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한발 더 나아간다. 특정한 문화가 더 우수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국가가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질 수가 있다는 문화적 상대주의의 관대함을 받아들일 때조차도 우리는 바로 그 다른 국가라는 것을 인정함으로 인해 국가라는 것으로 구획 지어지는 우연한 근대적 산물을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특정한 여건을 갖는 나라를 제외한다면, 중앙아시아, 유럽,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그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언제부터 국가와 국민이라는 정체성이 생겨났단 말인가. 그들은 인위적으로 선을 그어 이곳부터는 이 국가에 귀속된다고 선언하기 전까지는 그냥 자유로운 사람이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근대가 폭력적인 방법으로 만든 국가와 애국과 국민문화라는 것의 허위성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