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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공정한 무역 - 세계화의 새로운 목표와 미완의 과제들
조지프 E. 스티글리츠 외 지음, 송철복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세계화. 무역자유화. 이젠 듣기도 지긋지긋한 신자유주의라는 단어로 굳이 표현하지 않더라도, WTO체제를 통한 다자간 협정에 의한 무역자유화조치는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원칙인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국제간 분업을 통해서 서로가 잘 만들 수 있는 상품을 공급하고,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팔고 또 사들이고... 그것이 우리세계의 무역정책이 나아가는 방향인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난한 나라도 부유한 나라도 다 같이 덕을 보는 세계. 그대서 더 나아지는 세계. 그런 세계를 바랬기에 한 나라에 따라서는 일부 산업에 종사하는 국민들이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나라 전체의 발전과, 세계경제 전체의 발전이라는 큰 명제를 위해서 기꺼이 손해를 감수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모두에게 공정한 무역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그런 나의 단순하고 소박하고 어리석기까지 했던 상식 아닌 상식을 산산조각내고 만 고마운 책이다. 사실. 진실. 그런 것을 모르는 것만큼 어리석은 삶을 사는 사람은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 고마운 책은 내가 알고 있었던 국제무역이라는 것이 완전한 허상이라는 것을 알려준 책이다. 즉 지금의 세계무역은 공정한 무역을 가장한 철저하게 불공정한 무역이라는 것이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보조금이라는 것의 존재이다.
사탕수수의 천혜의 재배지역인 열대의 빈곤지역을 두고 부유한 유럽에서 사탕수수를 재배하기 위해 거액의 농업보조금을 지급해, 가난한 나라들의 생명줄인 사탕수수 재배를 막고, 도리어 농업보조금을 지급하여 비싸게 생산한 설탕을 세계시장에 가난한 나라들이 생산한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수출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오늘날의 무역체제라면 그것은 분명히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무역체제가 아닌 것이다. 결국 세상이 돌아가는 것은 힘과 힘에 의한 균형에 의한 것이고, 그것이 어떤 이름을 가지고 어떤 얼굴을 하고 있던 힘있는 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철저하게 깨닿게 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