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보는 눈

도시풍수 - 도시, 집, 사람을 위한 명당이야기
최창조 지음 / 판미동 / 2007년 2월

풍수라니! 나는 그런 것에는 왠지 모르게 알러지 반응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러나 한때 나는 풍수공부를 열심히 한 적도 있었다. 그것은 한참 석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던 내 친구 덕분이었다. 그 친구가 열심히 꺼적거리고 있는 내용이 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래돼어서 이제는 제목도 가물가물하지만, 아마도 “한국 장지의 지형에 관한 원형의 연구”정도가 아니었던가 싶다.

당시 나는 융심리학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더랬다. 원형이라면 당연히 융심리학을 떠올리기 마련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풍수가 융심리학적인 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그 후에는 융심리학이나 원형이라는 측면에서 서양의 건축들을 조명하는 책들을 종종 만나게 되기는 했다.

풍수라는 것에는 관심이 없으면서도 도시풍수라는 이 책을 집어들게 된 데는 그런 사연이 있었다. 한동안 연락이 끊긴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이 책을 펼쳐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책을 뒤적이던 나는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꼈다. 이 책은 내가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풍수에 대한 그러한 기존관념에서 벗어나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풍수란 좋은 자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좋은 자리이다.” “명당이라는 것은 우리가 만들어 가기에 따름이다.” 이 책에는 기존의 풍수학자들이 들으면 펄쩍 뛸만한 그런 말들이 가득히 들어있었다. 저자는 한동안 정통풍수를 공부한 사람이다. 그냥 객기로 이런 책을 쓴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원효대사가 해골바가지에 든 물을 마시고 난 다음에 “나무아미타불”만 외우면 다 극락에 간다고 말하였던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논리적으로 정곡을 찌르기에 감탄하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며, 기존의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로서는 상상을 하기도 힘들었던, 그러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이 책은 그런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