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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잡아라
마크 카츠 지음, 허진 옮김 / 마티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소리를 잡는다? 그렇다! 소리를 잡을 수가 있다. 잡힌 소리. 그것은 바로 녹음된 소리이다. 오늘날 우리들의 삶은 잡혀진 소리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출 퇴근시 승용차에서 듣는 CD외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도 다 잡힌 소리들이다. 잡힌 소리를 보관하고 있는 창고에서 꺼내 라디오파에 싫어서 공중에 보낸 것을 잡아서 듣는 것이다.
오래된 LP판이든 혹은CD나 DVD에 잡혔든, 녹음된 소리는 그것 자체로 하나의 특정한 존재가 된다. 잡혀서 녹음된 소리는 그 소리의 원래 주인과 유리된 존재가 된다. 방송국에 그 소리의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도, 소리는 스스로 알아서 그 소리를 재생해 낸다. 복제된 그러나 변하지 않는 박제가 된 소리가 세상을 가득히 채우고 있다.
심지어 소리는 원래 그 소리를 만든 음악가 자신이 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남는다.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사람에게는 그가 이 세상에 남긴 소중한 선물이 된다. 반대로 사람들이 선호하는 음악이 바뀌어도 그 음악은 변하지 않는다. 그 소리의 주인이 살아 있다면 새로운 상황을 체화해서 다소 다르게 만들어낼 수 있는 소리를 영원히 박제화해서 그대로 남는다.
또 잡힌 소리는 소리를 만들어 내는 소리의 주인과 그 소리를 듣는 음악의 청자와의 관계를 변화시킨다. 소리를 만들어내는 주인을 만날 수 있는 공연현장에까지 수고로이 찾아가지 않아도 집에서 편안하게 그 잡힌 소리를 재생해서 들을 수 있다. 자신의 소리는 유명해도 정작 소리의 주인공을 만나러 오는 사람이 줄어들 수도 있다. 그래서 바로 현장공연과 잡힌소리 사이의 파열음과 긴장이 생길수도 있다. 잡힌 소리 때문에 음악가들의 존재양식이 변하는 것이다.
잡힌 소리는 또 음악을 듣는 청중의 삶의 양식도 변화시킨다. 음악을 듣기 위해 음악회에 가는 사람과, 집에 값비싼 오디오시스템을 차리는 것의 차이는 크다. MP3로 움직이면서 음악을 듣는 사람과의 차이는 더 크다. 음반가게에서 수많은 음반들의 숲 속을 헤치며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는 것이 오늘날의 청중의 삶의 양식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녹음이란 기술이 등장하면서 음악을 듣는 사람과 연주하는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다양한 변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한 책이다. 무척 흥미로우며 재미있는 읽을거리가 될 수도 있고,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음악의 문화사에 대한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