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의 사상
나카무라 미츠오.나시타니 게이지 외 지음, 김경원 외 옮김 / 이매진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나는 바로 이런 책을 원했었다. 일본에 대해서 알아야 되겠다는 마음을 먹고 일본에 관한 책들을 주의 깊게 보아왔지만, 일본 때리기에 관한 책들만 무성할 뿐, 그들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책들을 만나기는 쉽기가 않았다. 이 책은 일본이 소위 ‘대동아전쟁’을 한창 수행하고 있을 당시에 일본지식인이 벌인 유명한 논의들을 담은 책이다.


책의 내용이나, 지적탐구의 규모가 생각보다 깊다. 1940년대 초반에 있었던 논쟁치고는 상당한 수준이다. 그들은 벌써 근대라는 것이 지구적 규모의 것이 아니라, 서양의 발전단계에서 있어온 것이라는 것을 간파했다. 그리고 그들이 아시아에 전하는 것은 그들의 발달단계에 따른 소위 근대성의 이식이라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들은 서양의 시대는 이제 세력을 잃어가기 시작했으며, 서구의 필요에 의해 아시아에 덧씌워진 근대라는 틀을 청산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거창한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아시아에서 가장 국력이 강한 일본이 아시아에서 서구세력을 몰아내고 아시아의 새로운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참으로 가상하고  훌륭하고 대담한 생각이다. 그러나 그 생각들이 당시의 일본을 태평양전쟁으로 몰고 간 정신적인 지주의 역할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아찔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목숨을 버리고 일본을 위해 죽어간 많은 생명들이 바로 이런 내용 때문에 목숨을 읽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면 가슴이 아프다.


그럴듯하고 좋은 내용이지만, 그것이 엉뚱한 방향으로 사용되면 비수보다 더 무서운 논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패전 후 나라의 틀을 잡으면서부터 슬며시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일본우익이 아직도 그들의 생각의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 이 책의 논리라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서늘해진다. 지나간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대 일본의 이면에 있는 정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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