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민중사 세트 (2권 세트)
하워드 진 지음, 유강은 옮김 / 이후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하워드 진은 항상 비판적인 지성으로 우리에게 우리가 미처 자각하고 있지 못하던 문제들을 예리하게 파헤쳐주는 진정한 의미의 지성인이다. 그의 저작들로 인해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 미처 모르던 것을 자각하게 되고, 희미하게 알던 것을 더 명확하게 깨달을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가지게 된다.


미국은 최근 단일 패권국가로서의 행보를 보임으로써 많은 미움을 받고 있는 나라가 되었다. 물론 그 전부터도 미국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약소국의 주권과 인권을 무시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있어서 많은 물의를 일으켰다. 냉전시대에는 사회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 하에 국제법에 위반되는 불법적 행동을 많이 벌이기도 했다.


그런 바탕위에 최근 보이는 패권적 행보로 인해, 또 신자유주의적 세계질서가 확장되는 가운데 주로 미국자본들이 주축이 된 거대자본의 횡포로 인해 미국은 더 많은 불신을 받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미국을 이렇게 국가라는 단일 주체로서만 바로 보는 것은 때로는 정확한 인식을 왜곡하는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


미국이라는 국가는 외부에는 마치 하나의 단일 이익공동체처럼 것을 비쳐지지만, 미국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미국은 서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수많은 이질적인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 복잡한 혼성체이다. 이 책의 제목인 미국민중사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내에서도 지배적인 위치에서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는 사람들이 존재하여왔고, 가난과 고통을 대물림하는 사람들도 있어왔다. 그리고 미국이라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환상 또한 있어왔다. 바로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환상이다.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이라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환상.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바라보는 미국의 역사는 모순과 계층갈등 인종분규 자본의 이익실현의 과정으로 점철되어 있다. 미국이라는 아름다운 신화로 단장된 나라의 내부에는 다른 어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불균형과 아픔들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미국민중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 아픔을 나누기에 앞서서 우리는 미국의 민중사가 오늘날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물어보아야 한다.


신자유주의적 세계체제의 개편으로 인해 전 세계가 신음하고 있는 오늘날, 신자유주의로 인한 도전은 미국 내의 민중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대체될지 않을 수 있는 가치를 가지지 않으면 가치가 쇠락하고 마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는 신자유주의적 논리는 미국 내의 저소득층 저 교육 노동자들에게도 무척 큰 고통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그렇게 미국내부와 외부 모두에게 아픔을 안겨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나의 머리 속에는 쉽게 유추해 낼 수 있는 대안. 즉 미국의 민중과 전 세계의 민중이 함께 힘을 합쳐서 신자유주의의 해악에 도전하는 방법이 해결책이 될 수 없을까라는 유혹을 받게 된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앞에 무력해지는 것처럼 보이는 국가라는 것의 힘은 아직도 강하다. 국경의 안쪽에 위치한 민중과 국경의 바깥쪽에 위치한 민중들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동일한 기전에 의해 고통을 받고 있으면서도 쉽사리 뜻과 행동을 함께 모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한미 FTA반대라는 큰 틀에서는 한국의 민중과 미국의 민중이 뜻을 같이 하지만, 일단 FTA협상의 세부적 협상의 내용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민중들이 서로 반대되는 입장을 가지고 첨예하게 부딪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는 과정 속에 FTA의 주요의제는 결국 양국 민중의 희생에 바탕한 자본의 이익실현을 위한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되어 갈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또 다른 세계화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의 지난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이상은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한때 새로운 좌파의 리더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강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브라질의 룰라대통령 역시 자국의 이해를 위해, 자국의 포르투 알레그로에서 열리는 민중행사를 제쳐두고 다보스로 날라가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현실은 힘이 강하고, 민중의 이해는 국가라는 틀에 의해 갈라져 있는 것, 그것이 바로 현실이고, 이 책을 읽는 내 마음을 씁쓸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들과 우리들이 적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서로가 핍박을 받는 존재이면서도 자신들이 가진 비교우위에 의한 기득권을 내놓을 용기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틈새를 타서 자본의 세계지배는 더욱 강하고 더욱 튼튼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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