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인간과 동물
최재천 지음 / 궁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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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님의 글은 따스하다. 외국에서 오래 공부하고 돌아온 사랍답지 않게 우리말 구사가 아주 뛰어나다. 전혀 기교를 부리지 않는 문장에서 학자의 인자한 따스함과 함께 학자의 올곧은 정신이 묻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안다. 이런 글이 정말 잘 적는 글이다. 그런데 그 부드럽고 온화한 글에 실려 있는 책의 내용은 무척 깊다.


이 책은 TV방영 원고를 토대로 책을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 TV방영원고는 평소의 대학 강의 내용을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그가 대학에서 강의 하는 내용을 알 수가 있는 셈이다. 동물행동학 개론에 대한 강의인 셈이다. 우리에게 이름이 생소한 동물행동학은 사실은 외국에선 많이 발달해 있는 학문이란다. 여러 학문이 융합하는 현 세계의 조류에 맞게 진화한 학문인 셈이다.


우리는 동물행동을 연구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다. 동물들은 인간보다 이 세상에 먼저 출현하여 더 오랫동안 진화를 거듭한 인간의 진화적 스승이기 때문이다. 동물행동학의 연구를 통해서 동물들은 환경과 조화롭게 지내기 위해 어떠한 진화적 방법들을 터득했는지를 알아서 우리들에게 소중한 경험을 삼을 수 있다. 실제로 인류가 이룩한 과학적 성취의 많은 부분은 동물들의 생태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많다. 최근에는 휴대폰 회사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동물행동학을 전공하는 사람들과의 브래인스토밍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한다.


최재천 님은 얼마 전에 유명한 책 ‘통섭’을 번역하기도 했다. 통섭은 그의 스승인 윌슨의 저서이다. 사회생물학을 주창하면서 인간이 이룩한 모든 학문은 결국은 생물학으로 귀결된다는 놀라운 주장을 했다. 인간은 틀림없이 하나의 생물종이다. 그런 생물로서의 인간이 이룩한 모든 것. 학문, 문화, 기술... 은 결국은 인간이라는 생물이 행하는 행동의 결과와 축적으로 생물학적 연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은 모든 자연과학이 생물학적으로 재통합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영향을 받은 이 책은 생물학을 말하면서도 인간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고, 인간의 생물적인 것을 이야기 하면서도 인간의 삶의 모든 것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동물과 세상과 인간을 보는 시선이 무척이나 신선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따스한 느낌이 느껴진다. 자칫 딱딱하기 쉬운 진화니, 유전자니, 생물실험 같은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가슴에 훈훈한 느낌이 일어나게 만드는 책이다.


그는 바이오필리아라는 말을 사용한다.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애정이라는 뜻이다. 그는 이 책에서 반복해서 말한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생물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 그리고 생물을 바라보는 그의 따뜻한 시선과 감정이 나에게도 전염되어 오는 것을 느꼈다. 나는 동물행동학이란 병에 전염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한동안 심한 열병을 앓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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