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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이야기 - 인간은 어떻게 7대양을 항해했을까? ㅣ 아이필드 히스토리 History
헨드릭 빌렘 반 룬 지음, 이덕열 옮김 / 아이필드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배는 사람을 다른 세상으로 연결시켜주는 통로이다. 사람들은 먼 곳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바다를 향해 떠나가는 배를 바라보면 나도 떠나고 싶다는 막연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요즘은 비행기를 타고 더 멀리 더 빨리 갈수도 있지만, 배가 주는 느낌은 그런 느낌과는 다르다. 그래서 비행기가 있는 요즘도 크루즈 여행상품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크루즈 여행을 하듯이 엄청난 돈을 쓰면서 안락하게 하는 여행은 전체 배들 중에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오늘날에도 배에서 일한다는 것은 힘들고 고단한 일로 여겨진다. 막연하게 느끼는 뱃사람에 대한 향수와, 실제로 배를 탄다는 일의 고단함과는 괴리감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괴리감은 이 책의 제목과 책속에 들어있는 내용사이에도 발견된다.
이 책의 저자는 배의 이야기를 신비로운 바다를 헤쳐가는 모험과 탐험의 역사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에게 배는 인간에게 참기 어려울만큼 가혹한 노동이 가해지는 잔혹한 공간으로 여겨진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 과거로 돌아가서 배의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배와, 다양한 배의 쓰임새를 통해서 배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 지를 살펴보면 그런 것을 절감하게 된다.
시간과 공간에 따라서 배와 사람간의 관계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의 경우 배는 전쟁을 위해 동원되는 가혹한 인간 노동의 착취가 있었다. 갤리선의 노를 젓는 노예들의 운명은 가혹함 그 자체였을 것이다. 범선의 시대가 되어도 선원들의 삶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작고 비위생적이고 가혹한 노동조건에서 수개월씩을 바다위에서 보내는 사람들의 삶이 오죽하겠는가.
결국은 배의 주인들 배를 움직이는 힘을 가진 사람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그 배에 탄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가혹하게 노동을 하여야 배가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땅을 발견하고 발견한 곳으로 무역을 하여 더 많은 재화를 얻기 위해, 새로 발견한 땅을 정복하기 위해 군사와 무기를 수송하기 위해. 그리고 그 곳에서 얻은 노예와 전리품과 노동의 대가를 수송하기 위해. 때로는 다른 함선들과 재화를 놓고 다투는 전쟁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