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김수근 - 공간을 디자인하다 예술가 이야기 4
황두진 지음 / 나무숲 / 200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고한 건축가 김수근에 관한 이야기이다. 내가 그를 처음 알았던 것은 학창시절 space 라는 이름의 잡지를 통해서였다. 문화적 통로가 드물었던 그 시절에 그 잡지는 단순한 건축에 대한 잡지가 아니었다. 건축뿐 아니라 다양한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이기도 했고, 때로는 당시 유행하던 마당극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고, 여러가지 전위예술들에 대한 소개를 하기도 했었다. 내가 flexus 와 백남준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도, 존 케이지와 앤디 워홀을 처음 만난 것도 바로 그 space란 이름의 잡지를 통해서 였다.


space는 김수근이 운영하는 회사의 이름이자 건물의 명칭이기도 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그 사옥은 투명한 유리와 뛰어난 공간감각을 자랑했었다. 말 그대로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공간을 생각하는 사고를 가지게 해준 잡지였고, 그의 대부분의 건축물들이 그릇듯이 그 사옥이나, 그 잡지 자체도 열린 형식을 가지고 있었다. 공간 사옥의 지하실에는 소극장이 있어 당시에는 전위적으로 여겨지던 공연이 열리기도 했고, 조용필씨가 참여한 프리재즈 밴드의 연주회가 정기적으로 열리기도 했었다. 마찬가지로 space란 잡지도 건축에 관한 내용만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대상에 대해 개방된 잡지였다.


그런 것들은 시대를 앞서가는 거목인 김수근이란 열린 마음을 가진 건축가가 존재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가 배출한 그 보기 드문 거인 건축가에 대해 바치는 헌사이다. 그의 삶을 통해 시대를 앞서갔던 사람이지만 오늘날 일반인에겐 서서히 잊혀져가는 사람의의 삶을 우리들 앞에 다시 불러 오는 책이다. 그의 진정한 가치를 인식하고 인간으로서의 그가 어떻게 살았는가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