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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대한 전쟁 1 - 이덕일의 천하통일 영웅대전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세상에 위대한 전쟁이란 것은 없다. 모든 전쟁은 나쁜 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부인할 수 없는 사람들의 삶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서는 늘 크고 작은 전쟁들이 있어왔다. 평화롭게 느껴지는 지금도 지구상에서는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단지 우리의 주변이 평화롭기 때문에 우리는 잠시 전쟁을 잊고 살아갈 뿐이다. 바로 우리들도 불과 60년도 되기 전에 역사상 유례가 없이 치열한 국제적 전쟁을 겪은 나라였었다.
위대한 전쟁이란 원래 없는 것이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전쟁이라면 잘 치루어야 한다. 전쟁이란 것은 결국은 사람들의 삶의 조건을 규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해야만 할 전쟁이라면 잘 하는 것이, 그래서 전쟁이후의 사람들의 삶의 조건이 더 나아지도록 하는 것이 낫다. 그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전쟁에 위대함이란 말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에 위대함이란 수식이 붙는 것은 흔히 민족감정이 고조될 때이다. 민족이란 일종의 이데올로기이고, 근대 국민국가가 생성되면서 탄생한 개념이기도 하다. 인류의 역사에서 바라볼 때 비교적 역사가 길지 않은 개념이다. 과거의 역사를 찬찬히 되새겨보면 전쟁이나 국가의 흥망이 민족의 흥망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금새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무대가 된 한반도와 중국 일본은 분명히 문화권이 다른 나라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 혼재되어 있고 오늘날과 같은 정체성을 뚜렷하게 가지기 전이었다.
이 책의 훌륭함은 아직도 민족감정에 물들어 있는 우리들에게, 그런 점을 짚어내고 환기시켜 준다는 점에 있다. 거대한 전쟁의 회오리 속에 잠겨 들어가는 여러 당사자들이 펼치는 꿈의 웅장함과 지략의 정교함에 더불어 바로 그런 새로운 시각이 가미되면서, 이 책은 다른 민족적 감정을 자극하는 인기영합주의의 전쟁 소설과 스스로를 구별한다.
언뜻 가장 민족적 감정을 자극하는 단어인 것처럼 느껴지는 ‘위대한 전쟁’이 진정으로 위대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이 급한 호흡의 책을 읽으면서 찬찬히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