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인문학 수업 : 전진 - 일상의 시간에서 세상 밖으로 다시 나아가기 퇴근길 인문학 수업
백상경제연구원 지음 / 한빛비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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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다방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와닿던 시절. 그 시절에는 음악다방은 고급스러운 커피샵의 대명사였다. 담배연기 자욱하고 시끄럽던 일반 다방과는 달리 조용하고 어두운 조명아래 유독 환히 비치는 칠판에 지금 들려오고 있는 음악의 제목이 적혀 있는 장소. 사람들은 대체로 말이 없고, 조용한 가운데 한참동안 커피만 마시다 일어서는 자리였다.

좀 더 본격적으로 음악을 듣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명동에 에로이카, 종로에 르네상스가 있었다. 좀 더 조용히, 좀 더 편안한 자세로, 좀 더 오랫동안 음악을 듣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가던 곳이었다. 그들이 사라지고 난 후 대학로에 인켈 아트홀이 제법 오랜 시간동안 그 역활을 대신하기도 했었다.

라디오 음악채널의 거의 절반은 클래식으로 채워지던 시절, 대학마다 음악감상실이 있었고, 레코드 가게에선 대중가요 코너에 비해 클래식 음악 코너의 비중이 결코 그다지 적지 않았었다. 길을 걸어가는 중에도 심심치 않게 클래식 음악을 들을수 있었다. 그 많던 클래식 음악들이 사라졌다. 어느날..... 문득..... 나 자신도 더 이상 그들을 잘 찾지 않는다. 이럴수가...

어떻게 생각해보면 클래식이 그토록 광범위하게 애호되던 것은 당시 권위주의 시대의 시대적 산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차분하고 질서 정영한 병영문화의 한 축을 군가와 제식행위에서 파생된 몸짓들이 차지하고 있었다면, 보다 품위 있는 쪽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마련된 음악적 제식문화가 바로 클래식이 아니었을까. 고백컨데 사실 모든 클래식 음악이 다 좋지는 않았었다 !

그렇다고 클래식 음악이 오늘날이라는 시대에 가치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명곡들은 여전히 명곡이다. 우리가 즐겨 듣던 아니던 간에. 다만 음악의 다양성이 더욱 커진 오늘날 클래식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우리의 물질적 삶이 엄청나게 풍부하고, 엄청나게 다양한 것들을 소비할수 있게 된 것처럼, 음악의 소비도 더욱 다양해졌을 뿐이다.

오늘날도 클래식의 소비는 결혼식의 행진곡으로, 영화음악으로, CF의 음악으로 사용된다. 일부러 클래식을 찾아서 듣지 않더라도 자본주의 소비문화 포스트모던을 한참 넘어선 오늘날의 이 시대에도 그 매혹적인 선율들의 가치는 살아 있다. 조금 덜 소비되고 있을뿐 결코 그 매력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조금 더 알고 싶은 사람을 위한 친절하고 쉽고 부담없는 팁을 주는 것이 이 책의 역활이다.

흥미롭게 받아들여지도록 이 책의 저자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책을 읽으면서 페이지마다 드러나는 노력이 잘 드러난다. 흥미를 자아내도록 만든 구성. 쉽게 읽히는 문체. 그러면서도 핵심은 놓치지 않고 독자에게 전달하는 정석. 작은 책이지만, 클래식의 풍요로움을 모두 담지는 않았지만, 일단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멋진 힙합 음악들의 믹스를 듣다가 힙합음악에 깊게 빠질수 있는 것처럼, 클래식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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