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김은국 지음 / 을유문화사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책의 표지인지, 속지 어디인지에 쓰여 있던 뉴욕타임즈인지,,, 다른 미국의 어떤 언론사가 썼다는 이 책에 대한 평이.

"욥 과 (  )의 전통을 잇는 실존주의 작품." 나는 우리나라 문학에 실존주의라는 말이 붙은 것을 그때 처음으로 보았었다.

실존. 그 당시 한창 실존주의적 지적 허영에 빠져 있던 내가 이 책에 단번에 빠져들었음은 두말 할 것도 없다. 한마디로 숨이 턱 막히고, 책장을 넘기는 손이 벌벌 떨리는 독서경험. 그런 것이었다.

짧다. 이 책은 중편 소설정도의 분량이다. 내가 너무 급하게 읽어서 짧게 느껴진 것일까. 그러나 그 여운은 길다. 이 책을 읽은지 20년도 지난 지금까지도 그 경험은 너무나 생생하다.

"나는 역사의 절벽에 매달려 왔다. 이제 그 손을 놓으려고 한다." 상당히 기억력이 나쁜 내가 이렇게 책에 나오는 문장까지 또렷이 기억할 정도로 강한 충격을 준 책이다.

책의 줄거리,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뜻밖의 상황설정. 그런 것보다 더 강하게 내 마음을 뒤흔들어 놓은 것은, 바로 이 책이 담고 있는 강한 주제의식이었다.

순교. 신에 대한 순교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순교.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자신에 대한 순교. 거룩한 희생. 신이 존재하지 않는 세숙에 대한 거룩함.... 이런 이율배반적인 단어가 한권의 책에서 녹아나는 그 멋들어지고 숨막히고 강렬한 도전을 느끼게 하는 책. 그래서 내 마음속에 이토록 강하게 남아있는 책.

수십년이 지나도 이 책은 여전히 내 일생의 책 몇권 중에서 빠질 수 없는 책이다. 아마도 내가 죽는 그 순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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