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그들, 무리짓기에 대한 착각
데이비드 베레비 지음, 정준형 옮김 / 에코리브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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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라는 말은 참 좋은 말이다. 우리집, 우리가족, 우리나라... 이렇게 ‘우리’라는 단어는 우리가 아끼고 사랑해야 할 대상을 말해준다. 얼마나 좋은 말인가. ‘나’가 아니라 ‘우리’라는 것은.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쓰면서도 ‘우리’라는 단어를 즐겨 쓴다. 바로 한 줄 위에 쓴 ‘우리가 아끼고 사랑해야 할 대상’ 이라는 말에도도 나는 ‘내가 아끼고 사랑해야할’ 이 아니라 ‘우리가 아끼고 사랑해야 할’이라는 문장을 썼다. 사실 어느 단어가 들어가도 뜻의 차이는 거의 없다. 단지 우리라고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더 부드럽고, 더 멋지게 느껴지는 것 같아서 습관적으로 그렇게 쓰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라는 단어에는 이면성이 있다. 이 책은 바로 그것을 일깨워준, 그래서 영감에 가득 차 있고 놀라운 안목을 가진 책이다. 이 책은 말한다. ‘우리’라는 범주는 좋은 것이지만, 우리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범주를 외부라는 다른 세계로 갈라놓는 작용을 한다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절대적으로 맞는 말이다. 우리는 저들의 반대되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라는 단어를 한사코 사용하는지 모른다. 저들. 즉 이방인의 무리속에 포합되지 않기 위해서...


이 책은 다양한 실례를 들어서 우리와 그들에 대해서 설명한다. 우리라는 개념은 상대적인 것이고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는 편 가르기에 다름이 아니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얼마나 적절하고 올바른 지적인가. 이 책은 요즘 내가 읽고 있는 또 다른 주제 ‘민족’이라는 것과도 잘 어울리며, 민족이라는 주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가 가변적인 카테고리이듯이, 민족이라는 개념도 상황이 만들어 낸 일종의 이데올로기라는 깨달음을 더욱 강화시키는 말이다. 그러나 역사발전의 단계에 따라서 때로는 우리와 민족이 필요한 단계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고 우리와 민족을 치켜세우는 것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때가 혹 온 것은 아닌지 늘 경계심을 가지고 깨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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