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의 역사 - 상속제도는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가
백승종 지음 / 사우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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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은 부를 대물림 하는 것이다. 내가 일구어 낸 재산. 내가 물려 받아서 지켜낸 재산. 물려 받은 재산에 내 노력으로 더 추가한 재산. 그것의 의미는 작지 않을 것이다. 상속에는 선대로부터 나에 대한 애정과, 물려 받은 재산을 지켜낼 것이라는 믿음을 인정받는다는 심리적인 의미도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부, 즉 돈이다.

 

돈은 교환가지이고, 노동의 결과물이고, 돈으로 그와 등가의 노동의 결과물을 구입할수 있는 표지이다. 그렇게 돈으로 환산될수 있는 재산을 물려준다는 것은 결코 작은 의미일수가 없다. 상속이라는 흔하지만 본격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다소 낮선 문제에 대한 인문학적 사회적 고찰을 하는 이 책은 그런면에서 가치를 찾을수 있다.

 

인류의 오랜 역사에 따라서, 동 과 서 다양한 문화와 종교 풍습에 따라서 다양한 방법의 상속이 존재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가면서 점차적으로 모든 자녀에게 균등하게 재산을 물려주는 방식은 점점 드물어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 균등하게 재산을 물려준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재산이 흩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일군 가치가 한군데에 모여서 넘겨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바로 여기에 탐욕이 개입한다.

 

시집가면 다른 가문의 사람이 될 딸을 제외한 아들들에게만 상속을 하기도 하고, 아들 중에서도 장자에게만 상속을 하기도 한다. 일설에 의하면 유럽의 중세에 질기게 계속되었던 십자군 전쟁의 원인이 상속을 받지 못한 차남의 역할이 기사로서 명예롭게 전쟁에 나가는 것 외에는 찾기가 어려운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다고 하기도 한다.

 

딸에게도 동등하게 유산을 물려주는 제도를 채택하던 시대에는 유럽 왕가의 혼인에 따라서 나라의 주인이 달라지고 서로 떨어져 있는 나라를 인종, 문화, 언어적으로 전혀 관련이 없는 나라의 지배자가 다스리게 되는 경우가 너무나도 흔했다. 단지 그 나라의 지배자들이 혼인으로 맺어졌다는 그 이유만으로 !

 

오늘날 우리나라에 상속이 다시 첨예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반인들과 너무 멀리 떨어져버린 엄청난 빈부격차의 최상위에 자리한 재벌가문들이 상속을 둘러싸고 벌이는 치열한 두뇌싸움은 지켜보는 이들에게 흥미진지한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하루의 빈한한 삶을 마치고 지친 몸으로 돌아와 뉴스를 보는 사람들에게 절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정당한 상속.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상속. 정의로운 상속. 소외되는 사람이 없이 공정하게 느낄수 있는 상속. 혈연이 아니라 사회에 환원될 수 있는 상속. 그리고 상속에 목을 매지 않고도 경제적 궁핍을 느끼지 않을수 있는 사회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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