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 행복한 오기사의 스페인 체류기
오영욱 지음 / 예담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2006년은 새로운 시도를 한 책들이 많이 나온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 문화계에도 소위 포스트모던 바람이 부는 것이다. 글로 내면을 표현하던 출판계가 글의 한계에서 글과 그림, 글과 사진의 결함을 시도한 책들이 유난히 많았었다. 많은 사진과 적은 글. 오늘날의 세태와 감수성을 반영하듯, 그런 책이 많았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유난히 좋은 책들도 많았다.

나는 세권을 꼽고 싶다.

1. 그림보여주는 손까락

2.비정규아티스트의 홀로그림

3. 바로 이책.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위에 적은 각각의 책들은 각각의 감수성과 미학적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시도들이다. 굳이 특징을 정하라면 그림이 등장하거나 글로 표현하기 힘든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려는 시도들이 보였다고 할 수 있겠다. 마치 20세기 미술계에서 추상표현주의가 했던 것과 같은 정도의 일 말이다. 책의 형태가 아닌 정도는 아니어서, 책을 부정하진 않지만, 책이란 유형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표현의 새로움과 강렬함을 추구한 책들... 나는 그렇게 정의해보고 싶다.

오기사. 독특한 캐릭터의 이 주인공은 외롭다. 쓸쓸하고, 약간 고독해 보인다. 반면 경제적으로 상당히 여유로워보인다. 그리고 시간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에 ?기는 삶을 살아가는 오늘. 나는 외롭다... 나는 고독하다... 고 중얼거리면서 생활을 위해 뛰어다니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복많은 사람이기도 하다. 게다가 멋진 그림(일러스터)을 그릴줄 아는 재주를 가진 사람이다. 아마도 그 재주가 그를 여유롭게 할 것이다.

이 책은 한 감수성이 스페인이라는 한 대상을 만나서 교감하는 지극히 주관적인 책이다. 스토리는 있되 없고, 교훈도 있되 없다. 즉 이 책은 순수하게 이미지와 감성만을 보여주는 책이다. 그림이라고 하기엔 책같고, 책이라고 하기엔 그림같은 책이다. 무용공연이 그 비언어적인 공연을 설명하기 위해 팜플렛에 가득히 언어를 채우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선 그림과 글이 서로 반복하지 않고 상호침투한다. 그래서 그림으로 보여지는 글이기도 하고, 글로 읽혀지는 그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성공적이다. 다 읽고 나면 무엇을 읽었는지 잘 모르지만, 가슴속에는 무엇이 남는다. 바로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감성의 체험이다. 이 책은 그래서 좋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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