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무사도 - 개정판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8
니토베 이나조 지음, 양경미.권만규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얼마전 한 영화를 보았다. 한중일 합작인 그 영화는 중국의 유명감독이 지휘를 맡았다. 명색은 한중일 합작이지만, 영화의 대상과 내용, 그리고 정신은 중국의 것이다. 그래서 그 영화는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배우와 자본을 빌려왔을뿐, 철저히 중국적인 중국영화이다.

그 영화를 보면서 예술적인 완성도와 깊은 철학적 내용에 감동을 했다. 또 할리우드에 못지 않은 거대한 스펙트클과 정교한 화면묘사에도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예전의 전쟁은 정말 저런 식으로 치뤄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몇가지 말로 형언할 수 없지만 가슴에 남는 무엇이 있었다.

몇주가 지나고 나자 그것이 무엇인지 비로소 깨달을 수가 있었다. 내 가슴속에 강한 충격을 주었지만, 이것이 무엇인지 잘 알수 없었던 그것음 바로 '과거의 재창조'였다. 영화는 허구이다. 그 영화는 일정정도 사실에 기반을 둔 영화이다. 그리고 일정정도 허구로 재가공을 한 영화이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내가 느꼇던 것처럼, 과거에는 정말 저랬겠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면서 실제로 과거에 그러지 않았을 것을 그랬다고 믿도록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대장금이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에게는 자랑스러운 대장금이다. 그러나 타국의 비판적 지식인의 눈에는 대장금이 한국의 음식문화를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장금에 나오는 배우들이 입는 복식도 실제로 그 당시의 궁중나인들이 그런 비단옷을 입었을까하는 의문을 나게 한다. 그러나 드라마는 아름답고, 극적이고 감동적이다. 대장금은 우리의 과거를 그렇게 아름답게 만든다. 내가 처음에 소개한 중국영화가 중국을 더 긴 역사와, 깊은 사상을 가진 멋진 나라로 만들어 가듯이...

모든 문화는 자신의 과거를 개선시킨다. 과거는 역사이기도 하지만 또한 현재의 반영이기도 하다. 일본인에게는 자신들의 경제적 자부심을 정당화하고, 경제적 능력에 맞는 미학적 우수성을 나타내는 표상이 필요하다. 전쟁으로 점철되었던 그네들의 역사에서 오늘날의 세계에 긍정적인 모습을 이끌어내어야 한다. 그래서 채택된 것이 무사도이다.

근대화 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되고 소외되었던 무사계급. 그러나 이제 그들은 근대화를 달성한 일본의 역사적 자긍심을 위해 다시 역사의 전면에 나서야 할 소명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아름답고 멋지고 우아하게 만들어진 무사도라는 작품이다. 실제했던 사무라이 세계를 각색하여 아름답게 만든, 그래서 큰 감동을 주지만, 동시에 그 감동에 묻은 독도 같이 삼키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현대일본이 생산해 낸 가장 큰 문화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이 책의 성격을 알았으니, 이 책의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떠할까. 일본인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어떤 모습으로 만들고 싶어하는지를 역탐색 해볼수가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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