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사하는 제국 투영하는 식민지 - 1901~1945년의 한국영화사를 되짚다
김려실 지음 / 삼인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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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새로이 발견된 자료들을 모두 포함하여 한국 근대영화사를 새로이 쓴 책이다. 영화의 도입에서 부터 토키의 도입등 세계영화의 발달과정에 따른 한국영화의 발달과정을 잘 정리해 놓았다. 영화기술과 영화사조, 대본, 당대를 풍미했던 감독과 영화배우들... 시대를 앞서가고 선도했던 영화인들의 삶에 대해서도 많은 내용을 알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한국 근대영화가 당면하고 있었던 가장 큰 어려움은 한국의 근대영화라는 것이 모두 식민지 일본으로부터 이식된 것이라는 점이다. 식민지를 경험하기 전의 한반도에는 영화라는 것이 전무했기 때문에, 영화라는 것은 바로 일본적인 영향의 산물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식민지 일본의 감시 속에서도 '아리랑'같은 대단한 민족영화가 탄생한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모든 영화인들이 그런 작품을 만들지는 못했다. 일부 영화인은 노골적으로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응호하는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화려해 보이는 영화라는 예술장르는 어려운 시대를 만나면 기구한 운명에 놓이게 되는지도 모른다.

혼자서 글이나 음악을 만들어 놓고 발표를 하지 않거나 해외로 작품을 빼돌릴 수도 있고, 식민지에 정면으로 도전하지 않는 그림을 그리며 세월을 탓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라는 예술은 그 자체가 사업이기도 하고, 극의 구조가 이야기 구조라는 서사성을 담고 있을수 밖에 없기에, 외부의 강압적인 힘에 가장 쉽게 굶복하기 쉬운 장르로서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식민지 정책에 부응한 영화 예술인들을 응호할 생각은 없다. 이 책의 작가도 마찬가지 시각을 가지고 있다. 식민지 치하 한국에서의 근대영화라는 것은 식민지 일본의 정책이 한반도에 투사된 성격을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고, 그것은 다른 모든 한국의 근대와 마찬가지 라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목숨을 건 독립투사가 될 수가 없다면, 영화인으로 당시의 상황에 적극적으로 반항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죄악시 하거나, 한국영화사에서 지워버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학적 차원으로만 접근해서 사회성을 무시하는 것도 옳지 않은 방법이다. 단지 그 시절의 영화를 있는 그대로 분류하고 해석하고 또 비판하면서 새로운 한국영화를 모색해 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과 마찬가지로 식민지라는 것은 식민지 운영국의 문화가 피식민자들에게 투영되고 이식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 아픈 과정에서 한국영화가 태어났고, 그 결과 오늘날의 한국영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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