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코끼리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 양경미.이화순 옮김, 정효찬 그림 / 이가서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아이들을 위한 일종의 성장동화인 이 책을 읽으며 성인인 내가 느끼는 감정이 바로 그런 것이다. 삶은 그리 쉽지가 않다. 때로는 무척 많이 힘들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보통 사람들의 삶도 그러 한데, 특히 이 책의 엄마인 이혼한 여성의 삶이야 어떠하겠는가.
 
아빠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혼자의 힘으로 가정을 꾸려나가야 하는 엄마. 그녀의 등에는 자신의 삶에 더해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무거운 짐이 지워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살이가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그래서 자녀들에게 항상 부족하고 모자람이 많은 엄마로 비치게 된다. 이 책은 그러니까 그 엄마가 세상과 좌충우돌하며 살아가는 삶의 아픔을 그린 책인 셈이다.
 
책을 읽으면서 약간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과연 이 책을 내 아이에게 보여주어도 될까... 이혼이라는 것을, 혼자사는 엄마의 아픔이란 것을, 어른도 아플수 있다는 것을, 그런 아픔을 갖고 살지만 자녀들에게 충분히 잘하지 못하는 엄마를 업신여기고, 그런 엄마에게 반항도 하는 아이의 모습을 담은 책을 아이들에 읽히는 것이 잘하는 일인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 다다르면서 결국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아이는 자신이 한심하게 여기던 엄마를 이해하고, 때로는 자신이 엄마를 보호해야겠다는 마음까지 가지게 된다. 엄마 혼자서 가정을 돌보던 일방적인 희생의 삶이, 자녀들이 엄마를 이해하고 마음의 지주가 되어주는 삶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다. 노란코끼리란 중고차와 함께 힘든 삶을 헤쳐나간 결과로 새로운 튼튼한 가정이 태어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아픔의 기록이다. 굳이 엄마를 미화하지도, 착한 아이를 내 보이지도 않는다. 아이의 눈에 비치는 세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려놓았을 뿐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교훈저이고 감동적인 동화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서 읽는 이에게 감동을 주는 책이다. 아픔을 극복하고 함께 힘을 모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아픔을 간직한 가족의 모습...
 
책을 다 읽고 나서 난 이 책을 아이에게 읽히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끔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세상을 잘 안다. 우리가 아이들을 아이 취급하는 사이에, 아이들은 훌쩍 자라서 어른들의 세상을 자신들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젠 이 책을 아이에게 읽히고 내 아이가 세상을 보는 시각이 내가 아이들을 바라보던 시각보다 높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겠다. 그리고 나도 아이들과 함께 더 좋은 가정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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