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평전 역사 인물 찾기 10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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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담담한 필치로 쓰여져 있다. 저자의 감상이나 주관적인 개입이 별로 강하게 드러나진 않는다. 그러나 역사도 마찬가지이지만 한 사람의 삶을 재구성하는 평전을 쓸때, 어떤 자료들을 취사 선택하는가에 따라서 그 인물에 대한 저자의 입장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이 책에는 명시적으로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이 책은 체 게바라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마음이 강하게 뭍어나는 책이다.

절대적인 영웅은 없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결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책뿐 아니라 다른 수많은 책에서도 이제까지 명시적으로 지적된 체 게바라의 결점에 대한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나도 이 글을 쓰면서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닐수 없다. 마오쩌뚱도, 링컨도, 심지어 간디도 다 그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는 말들이 나돈다. 마오쩌뚱은 여인과의 행각에 대해, 링컨은 자신의 본건성에 대해, 간디는 카스트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점에 대해서 애정어린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게바라는???

내가 과문한 탓일 것이다. 세상에 결점이 없는 인간은 없는 법이다. 그러나 이 세상은 체 게바라의 결점을 뒤집에 내기에는 너무 체 게바라를 사랑하는 가보다. 그에 대해서는 오로지 사랑과 존경의 메시지만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체 게바라는 하나의 문화적 코드이다. 길거리에는 가끔 체 게바라의 얼굴이 담긴 티셔쳐가 눈에 뜨인다. '혁명을 팝니다'란 책에서는 체 게바라의 이미지가 상업에 어떻게 이용되는가가 잘 나와 있다. 이미 죽은 사람이므로, 그가 권력을 장악한 적이 없는 사람이므로, 그의 이미지가 체제에 위협이 되기보다는 상업적 이익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그래서 그는 상처를 입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설사 그가 어떤 과오를 저절렀다 하더라도 그가 남긴 어록들, 그의 사진들, 그가 남긴 일화들,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남긴 문화적 행위들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 20세기가 남긴 모든 예술보다 더욱 영롱하게 빛나는 것이. 세상과 사람과 역사의 진보에 대한 그의 절절한 사랑과 용기와 헌신과 이상에 대한 이야기들일 것이다. 세상의 모든 위대한 영웅들이 전설속에 사라져 가는 것처럼, 그는 하나의 영롱한 별이 되어 이미 신화의 반열에 들어간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는 한점 티끌도 보이지 않고 그저 반짝이기만 하는 별이 된 것일 게다.

"hasta siempre(언제까지나)"라는 유명한 구호는 쿠바의 기념조형물에 쓰여진 글이라고 한다. 그가 한 연설문에서 따온 말이다. 그가 남긴 유명한 경구는 많다. "우리는 결코 이룰수 없는 꿈을 꾸는 리얼리스트가 되자." 반어법으로 가득찬 이 말은 그의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그래서 아직도 중남미의 고통이 가득한 곳에서는 "commandante che guebara(우리의 지도자 체 게바라) "라는 이름의 서정성이 강한 혁명가요가 사랑을 받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평전이라는 이름답게 그의 일기를 토대로 마들어진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서 보여주듯 이 평전의 그의 내면이 성장하는 과정에서부터 그가 사회변혁의 중요성에 눈을 뜨는 과정, 카스트로의 만남, 쿠바로의 잠입, 그리고 초반의 어슬픈 게릴라 활동, 산악을 전전함 농민들의 인심을 얻는 과정, 그의 지병인 천식과 싸우는 과정, 승리를 이끌고 쿠바의 지도자가 되는 과정, 모든 권력을 내놓고 아프리카로, 볼리비아로 떠도는 과정, 그리고 최후의 죽음까지를 다루고 있다.

그 과정을 통해 어떻게 평범했던 한 아이가, 어리석고 나약한 게릴라가, 한 세기의 꿈과 희망이 되었는지, 라틴아메리카와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의 용기의 표상이 되었는지, 그가 진정으로 꿈꾸었던 혁명과 그가 바랬던 세상은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그가 바라던 세상과 얼마나 가까운지, 또 얼마나 먼 것인지.... 오늘날 우리들이 그를 기리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런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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