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굴레를 벗고 자주의 새 역사를 여는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 혁명 연구모임 지음 / 시대의창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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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인물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베네수엘라의 대통령 차베스이다. 악의 축에 끼지는 않았지만, 그가 세상을 어지럽히는 정도는 악의 축에 포함된 국가들 보다 덜 한것 같지는 않다. 다만 그가 우리에게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북한이나 중동이 아니라, 우리와는 별 관계가 없는 라틴 아메리카의 대통령이라는 것 때문에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을 뿐이다.
 
차베스가 하고 있는 일은 실로 엄청나다. 미국이 가장 싫어하는 국가인 쿠바의 카스트로를 공공연히 찬양하고, 쿠바에 싼 가력으로 석유를 제공한다. 뿐만아니라 각종 국제 회의에서 미국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과감함을 보인다. 심지어 부시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회의에서도 그의 발언은 거침이 없다고 한다. 그는 미국의 비정부기구를 통해서 미국의 빈민들에도 싼 가격으로 석유를 공급한다. 미국의 자손심을 건드리는 행동이 아닐수 없다. 게다가 미국을 포함한 다국적 기업의 석유시설을 국유화하고, 세금을 인상하고, 석유생산에 관한 로열티를 인상했다.
 
그런데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처럼 베네수엘라를 공격하지 않고 있는 것은 군사적인 부담때문이 아니다. 베네수엘라의 군가력은 이라크에 비할바가 못된다. 이 책에 그 규모가 정확하게 나오진 않지만, 행간의 의미로 추정해보면 병력이 수만을 넘지 못하는 것 같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튀는 행보를 참아내는 것은 한가지 이유 때문이다. 그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그는 군인출신이다. 군인의 신분으로 쿠데타를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감옥에 구금되었던 인물이다. 사면으로 풀려난 그는 정치활동을 벌인다. 그리고 대통령선거에서 앞도적인 표차로 당선된다. 물론 그가 얻은 압도적인 표는 반대 진영의 선거보이콧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에는 그를 지지하고 응호하는 수많은 빈민층의 지지자들이 있는 반면에, 그의 노선을 반대하고 아예 선거자체를 보이콧 하는 절반에 가까운 반대자들이 있다. 이 책에서 기득권자라고 표현되는 그들의 힘은 예상외로 강하다.
 
국영석유회사를 국유화하는 가운데 수개월간 계속된 총파업과 거리를 가득메운 거대한 인파의 모습을 우리는 국내에도 방영된 뉴스를 통해서 접한 적이 있다. 그 거대한 인파는 친 차베스 시위대뿐 아니라, 반 차베스 시위대의 숫자가 엄청난 것을 보여준다. 통상적으로 보수파의 시위에 강제적으로 동원하지 않고서는 많은 인원이 모이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베네수엘라 내에는 그에 대한 반대파들의 세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실제로 쿠데타 세력에 의해 권력을 찬탈당하고 살해당할 위기에 처했었다. 그를 지지하는 시위대와, 군부내에 그를 지지하는 세력의 노력에 의해 극적으로 다시 권좌에 복귀한 그는 군대를 그가 시도하는 볼리바리안 개혁의 중추적인 세력으로 놓고 있는 것 같다. 그 자신이 군인 출신으로 쿠데타를 시도한바가 있으며, 그가 권력을 잡는데 가장 큰 역활을 한 것도 '의식화된' 군인들이었다. 그가 군생활을 하면서 군부내에 광범위한 친 차베스 개혁파를 심어놓은 때문이다.
 
군인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많다. 그가 추진하는 볼리바리안 혁명은 신자유주의 개혁에 의해 늘어난 빈민들을 구제하는데 집중되어 있다. 석유회사를 국유화하고, OPEC와 함께 석유가를 높이는데 성공한 그는 그곳에서 나오는 막대한 재원을 빈민들을 구제하는데 사용한다. 학교와 병원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빈민들을 위해 생필품을 반값에 파는 가게들을 만들었다. 이러한 그의 정책은 강력한 친 차베스 세력을 만드는 한편, 그의 반대파들로 부터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다.
 
이 책은 차베스를 보는 그러한 양면의 시각중에서 철저하게 친 차베스적인 관점에서 쓰여졌다. 그래서 약간의 논리적 비약이 보인다. 선거를 보이콧하던 그가 대선에 참여하게 된 과정과 선거에 당선되도록 선거운동을 한 과정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 그가 빈민을 구제하는 볼리바리안 개혁을 추진하면서, 베네수엘라의 경제전반에 관해서는 어떤 정책을 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이 없다. 그저 차베스가 가져온 변화의 긍정적인 면만으로 책을 가득채우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무척 반가웠고, 또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든다. 라틴아메리카는 그 면적과 나라의 수 뿐만이 아니라, 21 세기의 중유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지역이다. 이 지역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너무나 적어 불만스러웠었다.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연구한 결과물이 책을 한권만들 정도가 되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수가 없다. 이 책을 바탕으로 더 나은 연구물들이 나올것을 기대한다. 무척이나 고무적이고 흥미로운 독서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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