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시대, 영화와 역사를 중매하다 - 역사 이야기 지식전람회 8
김기봉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영화는 역사다." 이 말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말이다. 우리는 역사책을 통해서 역사를 배운다. 역사책에 쓰여있는 역사를 배운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의 조선시대가 어땟는지를 정확히 알 방법이 없다. 조선시대가 남긴 기록들과 유물들을 통해서 그 시대를 추측하고 재구성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역사이다.

역사에 기록이 없는 부분. 기록과 기록사이의 공백. 그것은 유추에 의해서. 그렇듯한 상상력에 의해서 메꾸어 갈 수 밖에 없다. 더 나은 유추가 나타나기 까지,  유추를 뒤집어 엎을 새로운 역사적인 증거가 나타날 때 까지... 그래서 과거는 과거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과거를 어떻게 해석하고 인식하는가에 따라서 다른 모양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매트릭스란 개념이 다소 거친 표현인것 같으면서도 받아들일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아무리 잘 정리된 어제의 신문도 어제가 실제로 존재했던 모습을 재구성하진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의 재해석에는 항상 일정부분의 허구가 들어간다. 때로는 그 허구가 과거를 더 생생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때로는 허구에 의해 과거가 왜곡되기도 한다.

사극. 역사적 실재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영화는 바로 역사를 재해석하는 영화이다. "역사와 어떻게든 관련이 있는 모든 역사는 팩션이다."라고 하는 명제가 성립할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영화는 바로 허구이다. 그리고 허구는 일정부분 사실이다. 영화를 통해 과거를 재해석하고 재해석된 과거는 그 영화를 통해 새로운 과거로 자리를 잡는다. 다모와 왕의남자가 있기전의 역사와 그 이후의 역사는 느낌이 다를수밖에 없다.

이 책은 그런 관점에서 영화를 본다. 영화는 단순한 오락의 대상이라는 일반적인 관념속에 숨어있는 역사로서의 영화를 발견해 내는 것이 이 책의 훌륭함이다. 그래서 우리가 영화를 대할때. 영화에 대한 담론을 대할때 영화는 과거를 빌려오지만, 영화를 통해서 과거가 재창조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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