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 시대의 사랑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7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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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의 명성에 어울릴만한 책이다. 백년동안의 고독이 준 그 감동이 그대로 느껴지는 책이다. 백년동안의 고독이 한 가문을 둘러싼 이야기이고, 서사적인 느낌을 주는 시대비평에 관한 이야기라면,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사랑에 관한 아픔과 슬픔, 그리고 희망에 관한 이야기인것 같다.

'같다.'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은 마르케스의 작품 자체가 정확한 해석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가 창작하는 작품세계를 칭하는 환상적 리얼리즘 혹은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장르 자체가 은유적이고 비유적이고, 복합다단한 뉘앙스를 함유하면서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를 가지는 장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런 작품들은 애당초 명확한 주제가 없는 것인지도 모르고, 그런 방식으로 읽혀져야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인지도 모른다.

한 쌍의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콜레라시대를 살았다. 그들은 이별이라는 아픔을 겪었고, 무려 오십년이라는 세월을 건너뛴 사랑같지 않지만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없는 사랑을 했었다. 굳이 이런 식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다. 그러나 줄거리나 결말이나 주제에 대한 해석을 하지 않더러도 이 책은 아름답다. 아름답고 슬프다. 그리고 사랑이야기면서도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백년동안의 고독에 숱한 사랑이야기가 나오지만, 그 책이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혁명에 관한, 새로운 미래에 관한, 마콘도라는 마을에 비유된 라틴아메티카에 관한 이야기로 읽히듯이, 이 책도 사랑에 관한, 인간의 운명에 관한, 삶의 아픔에 관한 책으로 읽히지만 때로는 이 이야기가 배경으로 깔고 있는 콜레라시대라는 은유적인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 모든 생각을 떠나서 이 책은 읽는 맛 자체가 맛깔스럽다. 책의 군데 군데서 느껴지는 글들은 보석처럼 빛나고 시보다 더욱 시적이다.  혹자들이 이런 작품을 몽환적 리얼리즘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마르께스의 작품이 그런 몽환적인 미학만을 찾는 것은 아닌것 같다. 내 생각에는 이 책의 가슴아픈 사랑이야기보다도 그 사랑의 배경이 되는 콜레라 시대라는 아픈 시대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미가 아닌가 생각이 된다.  그의 대표작 백년동안의 고독이 그렇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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