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서경식 지음, 박광현 옮김 / 창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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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시 고통받는 유태인을 읽어야 하는 이유

증언문학이란  고통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사람이 그 고통의 참담함에 대해 증언을 하는 문학적 장르를 말하는 것이란다. 이 책이 다루는 주인공 쁘리모 레비는 나찌에 의해 온갖 고통을 당한 유태인 증언문학가 중 한 사람인가 보다. 그의 문학이 누리는 상당한 지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 무지했던 것은 나의 게으름의 소치일 것이다. 그는 증언문학가답게 나찌 독일에 의해 고통받은 유대인들의 아픔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그러나 사실 나찌 치하에서 유대인들이 받은 고통은 우리들에게 생소한 것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수많은 영화와 책을 통해 우리는 나치가 유태인에게 무엇을 저질렀는지를 지겹도록 들었고 보아왔다. 이제 와서 또 다시 그를 발굴해내어서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이스라엘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세상에 저지르고 있는 만행을 나치의 박해에서 정당성을 찾는 것을 거부하기 위해서이다. 

유대인이란 오래동안 박해를 받아온 아픔의 민족이고, 그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탄생한 것이 시온주의이다. 그리고 그 시온주의의 구현물이 바로 옛 조상의 땅에 태어난 이스라엘이며, 이스라엘을 그 취약한 기반을 지키고 또 다른 폭력을 경험하지 않기 위해 처절한 생존 투쟁을 벌이는 것이다... 이젠 더 이상 믿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이스라엘의 정당성은 그런 신화위에 세워져 있는 듯하다.

폭력적인 경험을 당했다고 폭력으로 타인을 대하는 것을 결코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이스라엘의 폭력은 또 다른 증언문학을 낮게 될 뿐이다. 레비는 이렇게 말한다. 억압하는 자에게 억압을 당하면서 내면화한 폭력성이 이제 팔레스타인을 억압하는 과정에 드러나는 것이라고... 폭력이 가진 진정한 폭력성이 어떤 것인지를 느끼게 해주는 증언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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