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살다보면 가끔 코드에 맞는 사람들을 만나기 마련이다.

물론 가끔. 아주 가끔이다.

그러기에 삶은 견딜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겠지...

그러지만 그런 만남은 사실 그리 흔치 않다. 유감이지만...

 

오늘 저녁 난 그런 귀한 만남중 하나를 만난것 같다.

내일 아침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왜 그런 느낌 있지 않은가.

이런 만남이라면, 적어도 이 순간만은 충분히 좋다...

 

난 오늘 저녁 그런 만남을 만났다.

이미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을 법하지만,

내 삶에는 뜬금없이 오늘 밤에 불쑥 끼어든

EBS 공감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그 밴드의 무엇이 날 매료시킨 것일까.

그전에 내가 알던 그 무엇과도 닮지 않았는데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상징적인 닮음이 있는 것일까.

혹, 아무것과도 닮지 않은 그 점이 날 정말 닮은 것일까.

 

예전 들국화를 처음 만날때처럼

동물원과 엄인호를 처음만날떄처럼

신촌블루스를, 그리고 늦게야 알게된 한대수와 양병직과 김현식을

그들을 알고 나서 눈물을 흘렸던 것처럼.

 

삶은 만남이다.

불연속적이고, 불규칙적이다.

만남이 영영 끊어졌다 싶을떄 불쑥 나타나는 그들.

그들 때문에 삶을 살아갈 의미를 느낀다.

 

더 이상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은 이 지구상에서

영영 멸종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의 허무함에 건배를 하는 그 순간 불쑥 나타나는

정말 내 삶의 불청객인 그들.

 

밥 벌이를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할 내 발목을 잡는

내 꽁꽁 여민 지갑을 풀도록 만드는 문화게릴라.

난. 내가 동류 의식을 느끼는 그들처럼

누구를 감돌시킬 가망이 영영없어보이는 오늘.

 

그들을 만난다. 그리고 반가워한다. 그들을.,,, 혹은 그(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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