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예전.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2본 동시상연관의 스크린에서

김혜자씨가 주연한 영화 '만추'를 본적이 있었다.

내 어린 가슴에 그 영화가 왜 그토록 사무치든지...

 

나는 언젠가부터 만추라는 단어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 영화에 나오는 장면들처럼 누런 나뭇잎들이 수북히 쌓인 길을 걷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단풍이 화려하게 물드는 가을.

다른 이들이 가을을 앓는 그 가을은 나에겐 가을이 아니었다.

 

잎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몇 되지 않은 남은 잎들이 추운 가지를 보듬고 대롱대롱 매달리는 때

그때쯤 되어야 나는 가을을 느끼게 된다. 지금같은 12월 초순.

검은 가지들 위에 겨울 햇살이 처량하게 내리쬐는 이 계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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