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아침.

밥을 먹는데 전기가 나갔다.

비로 어둑한 식탁에서 밥을 먹는 것은 괞찮다.

멈춰선 엘리베이터를 바라보며, 상당히 긴 계단을

터벅 터벅, 익숙하지 않은 근육을 사용하며 내려오는 것이 힘이 든다.

 

문득 생각을 해본다.

내가 몸을 제대로 움직여 본 것이 얼마인가.

원래 운동이라고는 싫어하는 사람.

글 쓰기 위해 손가락 움직이는 것과. 숨쉬기 운동만으로

생존과 삶의 목적을 위해 최소한의 근육만을 사용하며 살아온지 어언...

 

머리만 비대한 화성인처럼

내 갸날픈 다리가 강조되어 보인다. 오늘따라.

내가 지적 성취를 이룩한 것은 있는가.

삶의 다른 부분과, 몸의 다른 근육을 포기하면서

내가 얻은 것은, 내가 이룩한 것은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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