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종말
제프리 삭스 지음, 김현구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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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의 맞춤형 치료.

빈곤은 해결되어야 한다. 왜? 그 이유가 중요하다. 젊은 최연소 하버드 교수의 혈기왕성한 지적 탐구가 해결할 수 없는 의문이 바로 이것이다. 왜 빈곤을 치료하여야 하는가. 최대 부국의 나라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은 엘리트가 알 수 없는 문제중 하나. 빈곤이란 어떤것인가.

이 책은 임상빈곤학을 주창한다. 빈곤이란 원인이 있으며, 그 원인에 맞는 적합한 빈곤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맞다. 의사는 환자의 아픔에 공감해야 하지만, 때로는 환자의 아픔에 눈을 지긋이 감고 강한 처방을 내려야 할때도 있다. 그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사가 정말 환자의 아픔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면, 그가 내리는 아픔을 동반한 처방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는 없을지도 모든다. 이 책의 주장들이 논리적으로 정연하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아픔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 책의 단점은 지나치게 논리정연하다는 것이다. 빈곤을 대하는 감상적인 외침도, 무조건 빈곤을 만든 악의 원흉을 제거하라는 말도 없다. 침착하게 빈곤은 이런 이유로 생겨나는 것이므로, 빈곤의 치유는 이런 방식으로 해야한다고 이야기한다. 젊은 석학다운 방법이다.

이런 객관적인 시각이 문제의 올바른 해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원조를 늘려 꼭 필요한 맥을 풀어주고, 빈곤의 재순환을 막아주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빈곤은 아픔을 겪는 자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세계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계는 인류애 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위해서, 새로운 사회불안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도 빈곤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그 빈곤에서 벗어나, 그들이 신 자유주의 체계에서 어떻게 자신만의 경제동력을 유지할 것인지, 빈곤에서 벗어나 많이 변한 사회구조에서 어떻게 정치적 안정을 유지할 것인지, 어떻게 그들이 원조국의 경제적 착취에 대한 노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가 의문스럽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인지. 빈곤의 문제란 것이 원래 그리 어려운 것인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책을 만났기에 더 많은 욕심이 나는 것인지 모른다. 아무튼 신선하고 참신한 책인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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