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힘이 셉니다.

세월은 파랗게 싹이 돋던 나뭇가지에서 잎들을 떨구어 내고,

횅한 겨울 나무를 만들어 버립다.

곱던 피부를 거칠게 만들고 윤기가 흐르던 머리에

덤성덤성 흰머리를 수놓는 게 세월입니다.

 

세월이 더욱 무서운 것은 기억마저 바꾸어 놓는다는 겁니다.

세월은 좋았던 시절을 더욱 아름다움으로 윤색해 놓습니다.

좋은 추억과 함께 있었을 법한 고통들은 잊어버리고

온통 아름다움만으로 가득한 시간들을 만들어 놓습니다.

 

그래서 삶의 어느 귀퉁이에서 문득 좋았던 시절의 자리를 마주 칠 때

형언할 수 없는 그리움이 뭍어 나는 한편으로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느껴집니다. 

이것이 아닌데...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그 느낌이 그토록 섬듯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내 가슴에 품고 있던 그 감정과 무척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제야 깨닿게 됩니다.

내가 기억하고 있던 시절들은 꿈이었다는 것을.

 

삶은 그 시절에도 여전히 아픔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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