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세계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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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


사람과 사람 사이에 경계가 없어진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 그 무시무시한 침묵의 벽이 사라진다면... 그래서 그 강한 쇠가 황산에 녹아서 없어지는 것처럼, 사람사이의 단단한 무관심의 벽이 녹아내린다면... 이 책은 그런 말을 담아 놓고 있는 책이다. 그래서 책의 제목이 황산이다.


사람이 사람을 지켜보는 사회. 사람이 다른 사람의 고통과 아픔을 지켜보는 것을 오락으로 삼는 사회. 무작위로 추출되어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로 수용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TV로 생생하게 생중계하는 사회. 그리고 그 TV를 지켜보며 하루의 피로를 푸는 사람들...


유명한 영화 '트루먼 쇼'를 연상케 하는, 그러나 그보다도 한결 더 폭력적인 사회. 저자가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이 엄청난 폭력적인 사회의 모습은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인지도 모른다. 먼 미래에 어쩌면 찾아올지도 모르는 디스토피아에 대한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오늘날 우리의 삶에 '오락'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그 비극의 씨앗이 뿌려져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이 책을 읽을 때 느끼는 그 기이한 감정은 어쩌면 자각하지 못하고 살아오던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우리가 배태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비판인지도 모른다. 또한 우리들 스스로도 언제 피해자가 될지도 모르는 그런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염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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