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시 신드롬 - 1944년부터 현재까지 프랑스는 과거를 어떻게 다루어왔는가
앙리 루소 지음, 이학수 옮김 / 휴머니스트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비시 신드롬


집단적 기억이라는 것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개인의 기억과 마찬가지로 사회도 그 자체의 집단적인 기억을 가지고 있는가보다. 사회도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커다란 정신적 외상을 받으면 그 사실에 대해서 잊어버리려고 하는 속성이 있는가 보다. 마치 영화에 나오는 큰 충격을 받은 사람들이 그 충격적인 사실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리듯이 말이다. 그 가슴 아픈 사실을 잊음으로써 괴로운 기억은 잊고, 밝고 아름다움에 대한 기억을 지닌다.


그 후 긴 시간이 지나고 그 아픔의 통증이 많이 사라지고 난 뒤, 얼마간의 여유가 생길 때에야 비로소 그 아픔의 기억을 떠올릴 수가 있을 것이다. 그 기억을 지워버려야 했을 만큼 아팠던 사실을 극복할 수 있을 때,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아름다운 것들로만 장식해야 할 만큼 취약했던 자아가 강해졌을 때에... 


이 책은 프랑스라는 국가가 겪었던 아픔에 대한 이야기이다. 프랑스는 제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의 압도적인 전력에 패망을 했었다. 그러나 용감한 프랑스인들은 독일군에 협력하는 비쉬 정부의 나약함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프랑스에 있어서 2차 세계 대전은 압도적인 무력에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정신이 레지스탕스의 혁혁한 전공으로 나타난 용기의 상징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틀린 기억이었다.


프랑스에 레지스탕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의 활약은 알려진 것보다 미미했다. 그리고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프랑스 인들이 비시정권을 중심으로 독일의 점령에 순순히 순응했다. 전쟁에서 승리한 뒤(독일이 패망한 뒤) 프랑스는 그 아픈 기억을 잊었다. 승전국이 된 프랑스는 불굴의 의지로 저항한 레지스탕스의 빛나는 투쟁만을 기억하고, 비시 정권하에서의 아픈 동조의 역사는 잊었다.


그리고 긴 시간이 지난 후, 충분히 아픔이 잊혀진 후, 이제는 다시 그 아픈 기억을 떠올려도 될 만큼의 시간이 지난 후. 잊혀졌던 역사가 복권이 되고 있다. 이젠 가감없이 그 시절을 그대로 기억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기억은 중요하다. 사실을 제대로 기억해야만 아픈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 역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식민통치와 남북간의 아픈 대결. 이제 우리도 그 아픈 기억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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