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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
김기찬 사진, 황인숙 글 / 샘터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골목에는 많은 것들이 있었다.
골목길이 있었다. 길은 길을 연하여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꼬마는 그 골목이 어디에서 어디로 이어지는지, 어디쯤에서 비스듬이 꺽어지는지를 훤히 알고 있었다. 그 골목에는 친구들의 집이 있었다. 그 골목의 한 구석에는 귀신이 산다는 소문이 도는 집이 있었다. 언젠가 한번 소년은 친구들과 함께 정말 귀신이 사는 가를 확인하려고 그 집의 담을 넘었다가 경을 칠뻔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골목은 단순히 사람이 지나가는 통로 이상의 역활을 했다. 골목은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아이들이 서식하는 공간이었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세상을 배웠고, 서로 싸우는 법을 배웠다. 골목에서 큰 아이에게 맞으면서 돈을 뺏기기도 했고, 맛있는 누깔사탕을 쪽쪽 소리를 내면서 빨아먹기도 했다. 골목에는 아이들의 꿈이 있었고, 낭만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무언가 그윽한 것이 있었다.
시간이 훌쩍 지났다. 아직도 골목은 존재한다. 그러나 나는 그 골목을 벗어났다. 가끔 골목이 남아있는 동네를 이유없이 찾아가기도 했었다. 아침 출근길에 시간이 남으면 이유없이 직선코스를 벗어나 주변 동네를 빙빙돌기도 했었다. 왜 그랬는지 그는 명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으나, 이 책을 접하면서 그 원인이 명확해졌다. 골목과 관련돤 많은 추억들이 아직도 내 속에 살아 있었던 것이다.
좀처럼 기억되지 않고, 밖으로 표출되지 않던 그 기억은 이 책을 접하면서 갑자기 봇물처럼 K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 그 그리움.... 아 그 아픔의 추억들... 아 그 아스라한 시절에 대한 미련... 내 마음은 아직도 그 골목길을 채 떠나지 않았는데, 내 몸은 그곳과 사뭇 동떨어진 이곳에 있다. 나는 시간에 쫏기고, 오늘 마쳐야 할 일에 ?기고. 또 알수 없는 내 마음속의 불안감에 ?기고 있다.
골목길에서도 우리는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러나 그때의 달리기는 초조감을 동반하지 않았다. 그저 신나게 달렸고, 달리다가 친구에게 뒤져도 좋았고 이겨도 좋았다. 넘어져 무릅이나 손바닥이 까져서 눈물이 나도. 때묻은 손으로 얼굴을 한번 씩 딱으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곳에서는 달리는 것이 행복이었다. 내 어리 심장이 콩콩거리는 것은 삶에 대한 열망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