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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권력전쟁 - 사이버 세계를 조종하는
잭 골드스미스 외 지음, 송연석 옮김 / NEWRUN(뉴런)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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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세계를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자유의 꿈에 도취된 사람들이 격정에 찬 목소리로 ‘인터넷 독립선언문’을 열정적으로 낭독하던 시절이 있었다. 인터넷은 선 하나만으로 세계의 이쪽 끝과 저쪽 끝을 연결하고, 사람들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여 인류를 자유로운 존재로 만들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던 시절이 있었다.
인터넷은 과연 눈부시게 발전하였다. 오늘날 인터넷이 없는 삶을 생각하기가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초기의 희망과는 달리 인터넷이 우리에게 자유를 안겨주지는 못하였다. 인터넷 사용자가 급증하고 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지만, 인터넷은 모든 장벽을 허물지는 못했다. 바로 언어의 장벽이다. 영어를 자유로이 사용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컨텐츠가 지역간의 언어적 장벽으로 같혀 있는 세상이 되었던 것이다.
인터넷에는 더 많은 장벽들이 있다. 바로 사용자들의 권익을 위해서 생겨난 장벽이다. 인터넷을 통한 자유로운 물건의 교환을 감시자가 없이는 신뢰를 구축할 수가 없었다. 결국 인터넷은 인터넷의 자유로운 사용을 위해 다른 기관에 권위를 위탁하게 되었다. 인터넷에 장벽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 도메인 설정에도 장벽이 생긴다. 각 나라별로 도메인을 달리 설정하는 것이다. 인터넷상에서 일어나는 문제와 각 나라의 실정법 사이의 충돌도 결국은 각국의 실정법이 인터넷에 대한 관할권을 갖는 것으로 추세가 굳어지게 되었다.
인터넷이 창출할 것 같은 자유로운 반권력적인 권력은 이제 신기루가 된 것인가. 해커들이 각종 범죄를 저지름에도 불구하고 용인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인터넷의 자유로운 사용을 추구하던 사람들의 정신적인 후예로서 인정받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해커는 점점 확실한 범죄자로 여겨지게 되었다, 역시 법 권력이 우위에 서기 때문이다. 이제 해킹은 인터넷 자유선언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입증함으로써 취업의 기회를 얻기 위한 수단이 되고 말았다. 인터넷은 이제 권위에 의해 제한된 자유를 누리는 공간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