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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의자 - 숨겨진 나와 마주하는 정신분석 이야기
정도언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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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사람의 마음속이란 헤아리기 어렵다는 표현으로 하는 말이다. 대부분은 타인의 마음에 대해 이 말을 쓴다. 하지만 나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큰 나무를 이룬다. 프로이드가 주장한 이론들을 바탕으로 다른 주장들이 만들어냈다. 가장 유명한 것은 프로이드의 지형학적 이론이다. 의식, 전의식, 무의식으로 나누는 정신의 세계는 인간이 자신의 모든 것을 통제한다는 믿음을 깨준다. 무의식이라는 개념은 익히 들어왔다. 평소에도 잘 쓰이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의미-금지되고 억압된 것들의 영역-이라는 것은 낯설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았지만, 그것이 억눌려져있다는 것은 몰랐기 때문이다. 프로이드의 또 다른 모델인 구조이론은 더 낯설지만 흥미로운 이론이다. 욕망의 이드, 사회적인 초자아, 현실적인 자아에 대한 개념은 내가 행동하는 것에 대한 세 가지 관문같이 느껴졌다. 특히 초자아의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바탕으로 생긴다는 초자아는 양심과 같은 도덕적, 사회적은 규제로 이드를 통제한다. 이드를 잘 통제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강한 초자아가 있어야 겠네, 라고 생각했지만 과한 초자아는 이드의 충분한 충족이 부족해 고단한 인생을 산다고 하니, 과유불급이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초자아의 형성이라는 것에 대한 중요성이 다시 한번 상기된다. 

 이 책의 좋았던 점이라고 하면 두 번째 이야기-무의식의 상처 이해하기-가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부끄럽거나 외면하고 싶은 감정들 -불안, 공포, 우울, 분노, 좌절, 열등감, 망설임, 시기심, 질투-에 대해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설명들을 읽어갈 때 마다 나는 어린 아이가 되어 어른에게 하나씩 설명을 들으며 깨달아가는 것 같았다. 저 감정들은 흔히 부정적인 감정들로 여겨진다. 그렇기 때문에 아예 없었으면, 또는 억눌러야할 부끄러운 감정들로 생각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생겨가는 감정들을 외면하고 억누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직까지도 낯설었던 내 감정들에 대해 마주하고, 그 원인을 생각해보며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정신분석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상대방의 마음을 분석할 것이란 기대를 가지게 된다. 이 책을 보고 타인을 추측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 자신에 대해 줄곧 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를 이해하고, 나를 분석하고, 나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더없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를 긴 의자에 눕히고 나에 대한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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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가 묻는 말
김미조 지음, 김은혜 그림 / 톡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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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익살맞은 웃음에 뭉툭하고 긴 나무토막의 코. 멜빵바지에 경쾌하게 걸어다니는 피노키오.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나온 캐릭터가 내가 기억하고 있는 피노키오의 이미지이다. 워낙 어릴적에 읽었던 동화라 내가 기억하는 것은 말썽꾸러기 피노키오의 모습 뿐이었다. 에너지 넘치는 장난꾸러기 아이를 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사랑스러웠고, 애정이 담긴 눈으로 보게 되었다. <피노키오가 묻는 말>의 피노키오는 '무無'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무기력하고 무감한듯한, 나무토막 같은 느낌이었다. 아이를 보는 시선에는 안타까움이나 애틋함이 묻어나게 된다. 어쩌면 눈으로 확 느껴지는 그림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맞지 않는 큰 흰색 티셔츠를 삐뚜름하게 입고 맨 다리를 훤 하게 드러낸 피노키오는 왠지 모르게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머리에 쓴 꼬깔모자와 빨간 코는 광대를 연상시키지만 꾹 다물린 입과 축 쳐진 눈꼬리는 즐겁지 않다. 
피노키오가 듣는 말, 피노키오가 묻는 말은 어른이 된 나에게 누군가가 해주는 말 같다. 보지 못했던 것,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다시 짚어보게 한다.

"지금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고 계속 눈물이 없는 건 아닐 거야. 북소리는 북에 숨겨져 있어. 네 눈물은 네 마음에 숨겨져 있겠지."

슬픔이라는 감정이 표현되지만은 않는다. 가끔 그것을 잊고 살아간다. 나의 슬픔일때도, 남의 슬픔일때도 있다. 나의 슬픔을 무시하는 것은 그것이 너무 큰 슬픔이기 때문에 내가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었다. 어떤 때는 너무 바빠서, 아니면 다른 것에 집중해야 했기 때문에 그것을 무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그 슬픔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는데. 남의 슬픔 또한 그렇다. 웃고 있는 모습이 항상 진심일 수는 없었다. 억지로 버티고 있던 웃음에 내가 짐을 더 보탰던 적은 없었는지, 나 자신을 돌이키게 만들었다.

"코가 늘어나는 길이만큼 내 마음도 상처를 입었어요. 가혹한 벌을 받으면 버릇이 고쳐지나요?"

어릴적 혼날때면 나는 울었다. 그럴때면 어른들은 '네가 뭘 잘했다고 울어?' '뭐가 억울하다고 울어?'라고 말했다. 그럴 때면 나는 서럽게 울던 울음을 그치기 위해 끅끅댔다. 그때는 맞는 것이 싫어서, 혼난다는 것에 대한 굴욕감으로 울었다고 생각했다. 피노키오의 말에 나는 내가 상처받았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피노키오의 거짓말에 코가 늘어났을 때 어릴 적 나는 '잘못했으면 벌을 받는 거구나. 그럼 피노키오는 벌을 받아야지! 나는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겠다' 라고 생각했었다. 단순한 사고였다. 혼나는 것, 벌을 받는 것은 무서운 일이니까. 그런데 과연 벌은 좋은 방법이었을까? 벌을 피하기 위해 하지 않는 잘못은, 벌이 없다면 저질러질 잘못이 아닌가. 벌이 무섭다는 생각만 했던 단순한 사고에서 더 나아가게 된다. 피노키오가 늘어난 코는 피노키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다. 가혹한 벌은 마음에 상처를 준다. 그것은 복종과 굴복을 만들 수 있다. 그것으로 잘못을 하지 않게 강제적으로 만들수는 있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 혼나던 어린 아이에서 이제는 누군가를 혼낼 수도 있는 어른이 된 지금, 체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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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시그널 2
이인희 지음, 김은희 소설 / 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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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을 읽으며 왜 이 드라마가 인기 있었는가를 실감하게 되었다. 드라마를 보지 않았으니 김혜수와 조진웅, 이제훈이 멋지다는 것은 빼고. 시그널은 형사이야기에 대한 매력과 동시에 시공간을 넘나드는 판타지적 매력이 공존했다. 여러 사건들을 해결하며 거기서 느끼는 분노, 안타까움, 통쾌함이 사건에 빠지게 만들었다. 사건에는 각자 격한 감정이 들어있었다. 개성이 있는 사건들이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주었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과거와 현재를 바꾸어 나가지만 그것이 항상 잘 풀리지만은 않았고, 얼기설기 꼬여가며 끝에 다다르는 모습을 보는 것도 매력이었다. 해영과 재한, 수현이 과거와 현재로 촘촘히 얽혀있는 부분도 빠질 수 없는 이야기의 중심이었다. 사건들을 풀어가며 세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 또한 놓칠 수 없는 포인트 중 하나였다.

시그널을 읽으며 드라마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본을 옮겼기 때문일까, 사건에 대한 깔끔한 스토리 전개가 좋았지만 드라마로 밖에 느낄 수 없는 부분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듯했다. 드라마를 보고 소설을 보았다면, 예전 기억을 되살리며 소설을 더더욱 재밌게 볼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읽으며 표지에 당당히 써있던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말은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야기의 결말이 다음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아 기대감에 부풀게 된다. 다시 시작 될 재한과의 무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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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시그널 1
이인희 지음, 김은희 소설 / 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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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제 시그널 봤어?

지하철을 타고 학원에 가는 길, 아이들이 떠들며 이야기 하는데 불쑥 묻는 질문이 그거였다. 그 당시 티비는 물론이요 컴퓨터, 핸드폰 마저 자유롭게 하지 못했던 나는 처음에 그것이 드라마 제목인줄도 몰랐다. 주변 사람들도 시그널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한참이 지나서야 나는 그것이 드라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나중에 볼 드라마 목록에 추가해 놓았었다. 그 당시 그 열기를 느끼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지금 그 드라마의 소설이 내 손에 들어와 있다. 후후후.
11시 23분. 무전이 울리며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다. 현재가 과거를 바꾸었다. 과거가 현재를 바꾸었다. 연결된 두 시간은 모든 것을 뒤집었다. 단정히 쌓여가는 카드가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고 뒤섞여버린 것이다. 
사건들을 해결하는 것을 보며 통쾌함이 일었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다. 과거와 현재를 통해 서로 주고 받은 무전으로 범인을 잡고 사람을 살리는 것을 보며 나 또한 바짝 기합이 들어가게 되었다. 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칠수 밖에 없던 것들, 과거와 현재가 얽히며 생기는 다른 문제들에 안타까운 탄식이 저절로 나왔다. 
1편을 읽으며 해영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재한이 경찰의 정의적이고 역동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면, 해영은 성장하는 캐릭터였다. 경찰에 대한 불신과 과거의 사건으로 가지고 있던 죄책감들을 씻어내고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에 응원하게 되는 캐릭터였다. 이재한이 해영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말이, 서로를 다독여주는 것 같아 나 또한 든든해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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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령 유랑단
임현정 지음 / 리오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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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손도손 왁짜지껄. 꽃도령 유랑단에게 딱 어울리는 단어이다. 천하일색이라 여인들이 넋을 놓고 바라본다는 미남이라는 것과 같은 주인을 섬기고 있다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이 다른 남자들이다. 덕분에 하루라도 조용한 날이 없어보이는 그들에게 말량꾸러기 한 명이 더 들어온다. 고민할 것도 없이 여주인공! 단번에 꽃도령 유랑단의 관심을 듬뿍 받아 서로 다른 그들을 한곳에 집중시킨다. 마치 꽃도령들이 은별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춤을 추는 것같다.

 유랑단이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이 좋다. 하늘하늘 움직이며 어디든 날아갈것만 같은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유랑단인 만큼 그들의 모습은 유쾌하다. 어깨를 들썩이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이 흥이 절로난다. 다만 그들의 유랑은 항상 발목이 묶인 채였다는 것이다. 가난에 의해 섬긴 주인에게 얽매여 있는 모습은 그들의 또다른 이면을 보여준다. 계급의 최고위층인 왕실과 최하위층인 유랑단 사이의 연결고리가 팽팽하게 당겨지는 것이 느껴진다.이야기는 방방 뛰어다니는 듯 유쾌하지만 점점 다가오는 사건의 냄새가 재밌던 소설이었다. 
 한동안 미남자 그룹에 헤어나오지 못한 적이 있었다. 왼쪽을 돌아봐도 잘생겼고, 오른쪽을 돌아봐도 잘생겼고, 뒤를 돌아봐도 잘생긴 남자들에 대한 로망이 얼마나 컸던가. 네명에도 행복에 겨워 부신 눈을 뜨고 있기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일곱이다. 일곱! 저잣거리를 휘젓는 잘생긴 그들에게서 유쾌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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