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계급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4
소스타인 베블런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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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 수요와 공급에 대한 그래프는 들어봤을 것이다. 둘의 반비례 관계를 나타내는 그래프를 배울때면 항상 절대적인 진리라고만 느껴졌다. 과연 그 그래프는 항상 맞는 말만 하는 것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대부분 물건의 가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올라가고 내려가주지 않기 때문이다. 유한계급론에서는 그 중 하나인 ‘사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시대 재산과 부의 과시의 수단은 사치였다. 노동하지 않는 계급, 화려한 여가생활, 부리는 하인이나 의복 등 많은 것들에 그들의 재산을 투자했다.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늘어나는 것, 그것을 ‘베블런 효과’라고 했다.

 

베블런은 당시 19세기에서 20세기로 가는 미국 초기 경제상황에 대해 지적한다. 부자들의 삶은 일반 중산층과는 달라 둘 사이에는 하나의 경계가 있어 계급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베블런은 한계까지 치솟는 그들의 사치스러운 생활, 과시적인 행동들에 대해 논리적으로 지적했다. 과거의 이야기지만 어쩌면 오늘날의 사치스러운 생활에도 적용될 수 있는 문제이다. 특히 sns 발전으로 인해 과시적 소비가 증가하는 경우가 많아 더더욱 그렇다. 자동차 명품지갑, 신발 등 전세계로 뽐낼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자 베블런 효과는 더 뚜렷하게 보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다고 베블런 효과가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물론 베블런 효과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 옳다구나! 하고 느낄 수도 있지만 우리는 이전의 수요와 공급에 대한 그래프를 다시 상기시켜야한다. 절대적으로 받아들여졌던 수요공급 곡선의 예외가 이렇게 튀어나왔듯 유한계급론에서도 그 설명의 한계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대 경제적 문제에 대해 잘 지적했지만 무조건 정답이라고 할수만은 없다. 또한 이 책은 예전의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오늘날의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많다. 특히 여성의 인권에 대한 문제와 함께 9장 태곳적 특징의 보존에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들의 특징들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금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사고로 사람을 나누어 규정하기 때문이다. 

 

<유한계급론>을 통해 19세기에서 20세기의 미국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 당시에 사회의 척도가 되어주었던 여가활동, 재산, 고용인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소설에서의 감정이 섞인 묘사가 없는 인문학 책이고, 그 당시 귀족문화에 대한 비판이 존재하기 때문에 더 현실적이고 노골적으로 그들의 삶이 보여진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이라면 이것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소비와 공급에 대한 새로운 의견을 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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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포스 1
돈 윈슬로 지음, 박산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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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부터 권력과 힘의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는 이 책은 뉴욕 맨해튼의 경찰에 대한 이야기이다. '더 포스'는 특수수사팀의 이름이다. 특수수사팀의 경찰이 무슨 문제로 주인공이 되었을까? 범죄자라도 잡는 걸까? 하고 생각했지만 그 주인공인 멀론부터가 문제인 소설이었다. 검거한 마약을 챙겨 사사로이 이익을 추구하는 타락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이렇다고?'하고 경악한 장면들이 많았다. 우리나라와는 전혀 문화가 다른 미국이기 때문인지 미국의 경찰들이 정말 이럴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제로 작가가 여러 경찰들을 인터뷰하고 조사하며 얻은 사실들을 바탕으로 쓰기 때문에 그 진위가 궁금할정도다. 우리나라의 경찰이 약간 정중하고 예의바른 말투, 정갈한 제복이 상상된다면 미국은 정말 '힘과 권력'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거칠고 힘으로 누르는 덩치 큰 남자들이 절로 상상될 정도였다. 험한 욕설과 마약을 하는 경찰이라니. 약간 상상력의 한계에 부딪치게 되는 문화충격이었다. 영화나 책에서 총이나 마약을 많이 다루기는 하지만 허구성이 가득하고 타락한 모습들을 강조하기 위해 쓰이는 소품에 불과한 느낌이었다면 이 책에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스며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가장 좋았던 점이 있다면 소설 배경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소설 전개과정에서 사건이 발생하기까지에서의 설명과 묘사가 탄탄하다. 뉴욕 맨해튼의 전반적인 분위기, 억압되어있는 반항적인 어두운 도시의 모습이나 주인공인 멀론의 심리적 설명이 탁월하다. 초반에 소설이 시작할때 그 무겁게 내려앉은 책 속의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조금 불편한 점이 있다면 소설에서 나오는 말이 거칠다는데 있었다. 노골적인 성적 조롱, 차별, 욕설들, 거친 언행들은 너무 노골적이라 살짝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이 만약 작가가 표현하고 싶었던 거친 언행과 무례함이라면 전하고자 하는 바를 뚜렷하게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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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잡학사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잘난 척 인문학
왕잉 지음, 오혜원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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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는 단어는 심장을 뛰게 만드는 단어이다. 어떤 사람은 약간의 존경과 기대감, 그 들뜬 감정에 두근거리고 어떤 이는 철학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리는 거부증에 두근거릴 것이다. 철학은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쉽게 접하기는 힘든 학문이다. 하지만, 철학을 조금이라도 알아두는 순간, 소크라테스가 어떤 사람인지, 칸트는 누구고 베이컨은 뭐하는 사람인지 알아두는 순간 잘난척하기 딱 좋은 지식이 생긴다. 

철학이라는 학문을 잘난척하기위한 학문으로 내리깎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한발짝 나아가 모든 이들이 철학에 대해 약간의 지식을 얻게 될 것이다. 이로 호기심이 생겨서 더 깊은 철학 공부를 하는 사람도 생겨나게 될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시작하는 철학 입문의 시작을 이 책과 함께 하는 것은 좋은 선택일 것이다.

책은 내용을 여러 카테고리로 나눠 각각의 이야기마다 소제목을 붙여놓았다. 그 소제목 또한 흥미를 이끌기 충분할 만큼 재미있다.'루소는 로맨시스트' '혜강 스타일' '개구쟁이 철학자 진웨린' 등 시선을 끄는 소제목들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chapter.3 철학자들은 왜 삐딱하게 생각할까- 를 제일 좋았다. 우리가 한번쯤은 들어본 '악어의 역설' '바벨탑''장님 코끼리 만지기' 등 익숙한 소재가 모여 있기 때문에 친근감이 있고 또 익숙하지만 잘 몰랐던 것들을 확인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은 작가 왕잉이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중국 사람이라는 점에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관점이 아닌 중국사람의 입장에서 썼기 때문에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동양의 사상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동서양의 사상을 두루 배울 수 있다.

철학에 한 발짝 나아가기 위해서 무슨 책을 읽을지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많은 철학 지식을 간단하고 빠르게 훑어갈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더 깊이 있는 배움을 위한 시작단계의 책으로 적절하다. 또한 약간의 TMI로 잘난척할 수 있는 지식을 습득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겠다. 알아두면 잘난척하기 딱 좋은 철학 잡학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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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의 기담 -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옛이야기
오정희 지음, 이보름 그림 / 책읽는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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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가 없던 시절, 또는 종이가 비쌌던 그 시절에는 모든 이야기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왔다. 비단집 아주머니에게서 약방 할머니에게로, 건너마을 나무꾼에게로 바람 타듯 사람 따라 멀리 퍼진 이야기들이다. 그 이야기들이 얼마나 재밌었으면, 인상 깊었으면 사람들에게 널리 퍼졌을까. 우리나라의 옛이야기는 그렇다. 


이 책의 제목인 '기담'은 풀어 말하면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라는 뜻이다. 책 제목에 맞게 이 책들의 내용들은 그것 참 별일이네, 하고 생각할 정도로 신기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있다. 물밑 세상 이야기, 사람으로 변신하는 구렁이, 지네 등 여러 사람이 아닌 것들이 사람 행세를 하고 돌아다니기도 한다. 가장 재밌게 읽은 것은 김소월의 접동새의 모티브가 된 민담이다. 시와 대략적인 줄거리는 알고 있었지만 이야기로 들으니 더 상세해지고 읽히기도 쉬웠다. 계모의 잔인함이, 아버지의 냉혹함이, 오라비들이 누이를 생각해주는 그 마음씨가 잘 드러났기 때문에 재밌는 작품이었다. 


책들의 전반적인 내용들이 순하지만은 않다. 이야기라고 해서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에는 조금 잔인하고 냉혹한 결말들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전에 콩쥐팥쥐의 잔인했던 원작의 결말이나, 서양의 백설공주, 신데렐라의 잔인한 실제 이야기의 결말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야기들은 몽환적이고 신비롭기는 하지만 순하거나 다정하지는 못하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나타내고자 하는 감정, 상황들이 더 뚜렷해지고 극적이게 된다. 민담에 들어가있는 교훈들, 소망, 슬픔 등 여러 감정들이 오래 묵혀져 강렬하게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입에서 입으로 전달될만큼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강렬히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기담을 읽으며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를 사람들은 왜 잘 모르는 건가,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옛 우리의 이야기인 만큼 고유 정서인 '한'도 담겨있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다른 서양민요처럼 왕자님과 공주님이 나오거나 요정이 나오는 이야기는 없지만, 친근하기 때문에 그만큼 익숙하고 반갑다. 이야기에 나오는 감정들도 더 잘 이해가 되기도 한다. 어릴 적 잠이 오지 않는 밤, 할머니에게 듣는 옛 이야기의 추억을 다시 되새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작은 이야기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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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왕 살해사건 - 은고
김홍정 지음 / 솔출판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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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에는 '강한게 최고!'라는 인식이 있었다. 만화나 책에서는 주인공이 가장 좋았고, 역사책에서는 영웅이 가장 좋았다. 그런 단순한 사고에서 나는 삼국시대를 배울 때 굳이 순서를 매겨 어마어마하게 큰 땅을 가졌던 고구려를 가장 좋아했고, 삼국을 통일했고, 멋있는 화랑이 있던 신라가 그 다음이었다. 지금은 이런 생각은 하나도 들지 않지만, 그 당시 어린 아이의 단순한 생각에서 백제는 항상 소외되었다. 

역사를 빛낸 백명의 위인들이라는 노래를 부르다보면 삼천궁녀 의자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은 3천명이 허무맹랑한 이야기임을 알지만 이렇게 말이 퍼지게 된 것에는 백제의 패배와 말에 의자왕의 자취에 있다. 이 책 <은고>에서는 의자왕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보다도 의자왕의 부인이었던 어라하마누하 은고의 이야기가 주된 소재이다. 이야기 시작부터 강하고 위엄있게 시작하게된 은고의 이야기는 왕권을 확립하려했고 정쟁에서 싸우고자 했던 그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나 소설 초반에 화검술을 배워 무에 능한 그녀의 모습에 훅 빠져든다. 말을 타고 달리고, 유려한 그녀의 칼솜씨는 책을 읽는 내내 그녀의 팬으로 만들어주기에 충분하다. 강인한 정신으로 자주적인 삶을 살았던 그녀의 이야기는 많은 교훈을 남긴다. 

고등학교 이후로는 역사의 '역'자도 보지 않았고, 사실상 그 마저도 대충했던 터라 역사에 대해서는 부끄러울 정도로 문외한이다. 처음에는 백제를 남부여로, 신라를 서라벌로 부르는 것도 몰라 헤맸던 작품이다. 하지만 책의 친절함 덕분에 차분히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페이지마다 달린 각주와 책의 마지막에 있는 부록의 상세한 설명은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읽을 수 있도록 친절하게 나와 있다. 

고구려의 주몽, 광개토대왕, 정조나 세종대왕, 일제강점기 등 영웅적이거나 격변하는 시대를 소재로 삼는 드라마마나 영화에 잘 다루어지지 않는 백제의 이야기, 특히 의자왕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낯선 백제를 만나 익숙해졌다는 점에서 백제 사람들이 남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목적은 확실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나 싶다. 책에서 나온 금동대향로를 시작으로 백제의 문화유산들을 보며 섬세했던 그 시대의 예술에 흠뻑 빠지게 한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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