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왕 살해사건 - 은고
김홍정 지음 / 솔출판사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어린시절에는 '강한게 최고!'라는 인식이 있었다. 만화나 책에서는 주인공이 가장 좋았고, 역사책에서는 영웅이 가장 좋았다. 그런 단순한 사고에서 나는 삼국시대를 배울 때 굳이 순서를 매겨 어마어마하게 큰 땅을 가졌던 고구려를 가장 좋아했고, 삼국을 통일했고, 멋있는 화랑이 있던 신라가 그 다음이었다. 지금은 이런 생각은 하나도 들지 않지만, 그 당시 어린 아이의 단순한 생각에서 백제는 항상 소외되었다. 

역사를 빛낸 백명의 위인들이라는 노래를 부르다보면 삼천궁녀 의자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은 3천명이 허무맹랑한 이야기임을 알지만 이렇게 말이 퍼지게 된 것에는 백제의 패배와 말에 의자왕의 자취에 있다. 이 책 <은고>에서는 의자왕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보다도 의자왕의 부인이었던 어라하마누하 은고의 이야기가 주된 소재이다. 이야기 시작부터 강하고 위엄있게 시작하게된 은고의 이야기는 왕권을 확립하려했고 정쟁에서 싸우고자 했던 그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나 소설 초반에 화검술을 배워 무에 능한 그녀의 모습에 훅 빠져든다. 말을 타고 달리고, 유려한 그녀의 칼솜씨는 책을 읽는 내내 그녀의 팬으로 만들어주기에 충분하다. 강인한 정신으로 자주적인 삶을 살았던 그녀의 이야기는 많은 교훈을 남긴다. 

고등학교 이후로는 역사의 '역'자도 보지 않았고, 사실상 그 마저도 대충했던 터라 역사에 대해서는 부끄러울 정도로 문외한이다. 처음에는 백제를 남부여로, 신라를 서라벌로 부르는 것도 몰라 헤맸던 작품이다. 하지만 책의 친절함 덕분에 차분히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페이지마다 달린 각주와 책의 마지막에 있는 부록의 상세한 설명은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읽을 수 있도록 친절하게 나와 있다. 

고구려의 주몽, 광개토대왕, 정조나 세종대왕, 일제강점기 등 영웅적이거나 격변하는 시대를 소재로 삼는 드라마마나 영화에 잘 다루어지지 않는 백제의 이야기, 특히 의자왕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낯선 백제를 만나 익숙해졌다는 점에서 백제 사람들이 남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목적은 확실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나 싶다. 책에서 나온 금동대향로를 시작으로 백제의 문화유산들을 보며 섬세했던 그 시대의 예술에 흠뻑 빠지게 한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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