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예술로 걷다 - 가우디와 돈키호테를 만나는 인문 여행, 개정판
강필 지음 / 지식서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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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예술. 스페인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두 가지이다. 이슬람 문화와 유럽의 문화가 섞인 독특한 분위기와 함께 대표적 건축가인 가우디와 함께 아름다운 나라라는 이미지가 남았다. 그와 함께 붉게 타오르는 정열과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나 또한 스페인하면 붉은 드레스와 화려한 춤의 뜨거운 열정이 느껴진다.



이 책에서는 스페인의 차가운 열정이 느껴진다. '차갑다'와 '열정'은 서로 반대의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이 책은 그렇다. 예술에 대한 고뇌와 집념이 그림과 작품으로 표현되어 있다. 작품에는 개개인의 예술에 대한 자유로움과 독창성이 엿보인다.



책에는 스페인에 여행을 간다면 한번쯤 가봐야할 핫스팟에 대한 설명들이 있다. 제일 처음에는 위치와 대중교통-지하철-을 이용해 갈 수 있는 방법, 입장료나 상세한 정보를 찾아보기 위한 홈페이지가 명시되어 있다. 책에서 제일 처음 설명하는 곳은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이다. '인문여행'을 강조한 만큼 여행과 관련된 책이지만 단순한 관광지 설명에 그치지 않는다. 입구의 벨라스케스 동상부터 각 작품들과 작가에 대한 설명이 상세하다. 뒤의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과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달리 극장미술관과 구겐하임 미술관까지 하면 엄청난 분량이다.

각 미술관에 대한 설명은 정말 상세하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다루기 때문이다. 작품 자체에 대한 설명과 작품에 얽힌 사회적이거나 작가 개인의 가치관들을 함께 다루기 때문에 깊이 있고 넓은 배움이 가능하다.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으로 유명해진 그라나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알함브라 궁전이 추가되었다. 희주가 투어했던 헤네랄리페와 npc로 나왔던 알카사바의 군인들이 있던 알카사바도 설명되어있다. 드라마에서 볼 때는 예쁘다고 생각은 했지만 단순히 배경에 그쳤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책에서 읽은 알함브라 궁전은 게임뿐만 아니라 관광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 나니 둘러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서 하루이틀로는 알함브라 궁전을 다 둘러볼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특히 헤네랄리페는 사진으로 보면서, 또 설명을 읽으면서 그 아름다움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돌바닥까지 섬세하게 무늬가 되어있으니 얼마나 아름다울까!





스페인에 간다면 꼭 가보고 싶은 곳, 그리고 모두에게 추천하는 가우디의 건축물 또한 책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내가 가우디를 처음 알게된 것은 '구엘 공원'으로부터 였지만 이 책에서 나온 많은 가우디의 건축물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카사 밀라'다. 책에서는 작가를 '가우디에게 처음 인도한 작품'이라고 했는데 그 말처럼 정말 아름다운 건축물이었다. 가우디는 자연의 곡선을 건축물에 담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 중에서도 '카사 밀라'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건물 외벽은 단색으로 심플하지만 곡선이 우하하고 파도를 연상시키는 묵직함이 있다. 내부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반전이 있어서 좋았다. 굴뚝과 환기 기둥마저도 하나의 예술이니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고 난 지금은 스페인에서 예술을 빼면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후에 스페인에 여행을 갈 때 이 책을 다시 한 번 꼭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여행을 가도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은 그 느낌이 확실히 다르기 때문이다. 책에서 봤던 작품들을 실제로 봤을 때 그 반가움은 배가 되는 법이니까.


스페인으로 곧 여행을 가게 될 사람들은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스페인은 자유로운 예술로 유명하고, 그 예술을 듬뿍 느끼기 위해서는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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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토의 피아노 연주 (스프링북) - #하루 한 곡 #쉽게 따라 하는
배토(박배우) 지음 / 책밥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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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에 대한 환상이 있다. 피아노에 앉아서 춤을 추듯 손가락을 움직이고 음악을 만들어 낸다. 어릴 때 피아노 치는 사람을 보면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멋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피아노를 배우는 것은 힘들고 고된 일이라 나중에는 반강제적으로 피아노를 배우다 포기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는 노래 가닥도 아닌데 무작정 치기만 하라고 했던 수업들에 불만이 많다. 무엇이든 배우는 것에는 흥미가 중요하고 동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성인이 된 지금은 피아노는 배우고 싶은 취미 중 하나이다. 다시 체르니를 시작할 거냐고 물으면...그건 아니다. 그것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직접 피아노로 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싶었다. 유투브를 보다 보면 유명한 노래들을 직접 편곡하거나 본인이 잘 다루는 악기들로 연주한다. 배토의 그렇게 유튜버 '배토'가 쓴 <배토의 피아노 연주>를 시작했다. 


이 책은 정말 기초에서부터 시작한다. 악보를 보는 법에서부터 박자, 기호, 피아노 자세까지 세세하게 되어있다. 매번 악보에 나오고 쓰이는 기호들만 보다보니 잊힌 것들이 많았는데 다시 짚고 넘어갈 수 있어 좋았다. 피아노를 배운 경험이 있지만 너무 어릴 적이라 기초에서 구멍이 많던 나에게는 좋은 내용이었다. 




체르니 하농 소나타만 열심히 쳤던 나에게 코드는 새로운 분야의 이야기였다. 애당초 스케일이라는 것이 뭔지도 몰랐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c 메이저 코드, 마이너 코드도 무슨 말인지 몰랐으니까 말이다. 이 책에서는 3화음의 5가지 기본코드부터 배우고 코드를 직접 만들어볼 수 도 있다. 이렇게 많은 코드가 있었는데 피아노를 오래 쳤던 나는 이제까지 무엇을 배운 것인가- 하는 자괴감도 들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신기한 것이 있었다니! 라고 생각하며 열정에 불이 붙었다. 코드에 대해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읽다가도 악보가 나오면 후다닥 피아노 앞에 앉아서 한번 쳐보기도 하고 잘 모르겠는 부분은 qr코드를 찍어서 동영상을 확인해보기도 했다. 실용음악 위주이다보니 악보도 우리가 흔히 아는 kpop이나 ost를 주로 다루기 때문에 치면서 '와! 내가 이 노래를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어!'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빵터졌던 아르페지오 설명. 단언컨대 아르페지오는 가장 아름다운 피아노 주법입니다. 




이 책의 장점은 이 악보 한 장에서도 다 보인다. 개인적으로 하바나를 연습할 때가 제일 재밌었기 때문에 (원래 좋아하던 노래고 mr없이 부르기에는 민망한 곡이라고 생각하는데 옆에서 누군가가 피아노로 반주를 해주는 게 멋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바나 악보로 이야기하자면 악보는 기본적으로 있고 악보에 초록색 글씨로 피아노 연주 시에 자잘하지만 더 멋있고 수월하게 피아노 연주가 가능하도록 팁이 적혀있다. 치다가 잘 모르겠을 때는 악보 위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책에서 제공되는 악보의 피아노 연주를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치는 것이 맞을까?'하고 긴가민가 하지만 주변에 물을 수도 없을 때는 이렇게 동영상으로 확인해서 피아노를 쳤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피아노로 쳐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독학을 하기 위해 시작하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학원에 가기 부담스럽거나 사정이 안되는 사람들은 이 책 한권으로 시작하면 될 것 같다. 요즘은 요리, 영어, 중국어, 컴퓨터나 전공지식까지 유투브로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운다. 유투버 '배토'가 쓴 이 책으로 피아노 독학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 어쩌면 피아노를 잘 치던 환상 속의 내가 현실이 될 수 있다. 




+배토의 유투브 주소

https://www.youtube.com/channel/UCrTcmo1mXjvksXkmkrw-Urg/featured?reload=9&disable_polyme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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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읽다 과학이슈 11 Season 7 과학이슈 11 7
홍희범 외 지음 / 동아엠앤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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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처음 나온 과학이슈 11을 산 이후 올해 시즌7이 나왔다. 그 당시 중고등 학생들에게 과학동아는 필독도서나 다름없었다. 한때 과학자의 꿈을 안고 과학동아를 정기 구독했을 시절에 받았던 책을 다시 만나니 어린 시절 잡지를 읽으며 두근거렸던 감정이 다시금 떠올랐다.

 

책에서는 한 해 유명했던 이슈 중 과학과 관련된 이슈들을 고르고 골라 11개를 선정한다. 2018년도 이슈로는 비핵화, 붉은불개미 디지털 포렌식, 태양탐사선 파커, 매크로 프로그램, 폭염, 남북 과학협력, 비디오 판독, 라돈 침대와 방사선, 공감각, 2018 과학상이 선정되었다. 비핵화나 폭염, 라돈 침대나 노벨상의 경우에는 많이 들어봤지만 자세하게는 모르는 이야기들이고 나머지들은 완전히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한 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이슈들임에도 잘 모른다는 사실이 부끄럽지만, 이 책을 읽으면 되니 걱정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디지털 포렌식, 매크로 프로그램 같은 컴퓨터 분야를 재밌게 읽었다. 컴퓨터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이런 분야의 지식은 거의 없는데 이 책은 쉽게 풀어져 있어서 관련 지식이 없더라도 읽어나갈 수 있었다. 하드디스크에 대한 전반적 지식과 함께 안티 포렌식, 디가우징 등 관련된 개념들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쓰여있다. 매크로 프로그램에서는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만큼 매크로 프로그램이 문제가 되었던 사회적 문제들을 언급하는데 이전에 몰랐던 이슈들도 있어서 짚고 넘어갈 수 있어 좋았다. 책이 논리적이고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기 때문에 차분히 이해해가며 읽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비핵화나 노벨상에 관련된 기사는 어려울 법한 지식을 굉장히 쉽고 재밌게 풀어나가서 놀라웠다. 핵폭탄에 쓰이는 우라늄에 대해서도 쉽지만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그 외에도 핵보유국과 비핵화가 진행되었던 리비아, 남아공에서도 다룬다. 이 기사 하나만 제대로 읽어도 누군가가 비핵화에 관해서 묻는다면 당당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CTLA-4'나 'PD-1'의 개념에 대해서도 잘 짚고 넘어가서 좋았다. 두 개념의 핵심인 '면역관문'에 대한 개념에 대해 짧고 쉽게 설명되어 있다. 항원-항체에 대한 개념만 배웠다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잘 풀어 썼다. 이그노벨상은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황당하지만 궁금한 연구를 대상으로 시상하는 상이라고 한다. 듣기에는 우스꽝스러운 상일 수 있으나 모든 과학과 연구에 대한 기초라고 할 수 있는 '호기심'과 '관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상인 것 같다. 내 경우 가장 황당했던 연구는 초파리가 빠진 와인에 관한 실험이었다. 


이 책은 매년 출판되고 꾸준히 사랑받을만하다. 우리가 학창시절 물화생지로 과학을 나누던 그 경계와 그 경계에서 그쳤던 지식을 넘는 배움을 제공해준다. 뿐만 아니라 한해의 정치, 경제, 사회면에서도 과학적 이슈를 접할 수 있어 면접 논문에도 강하다.

 



이 책의 주된 독자층이 학생들이고 주로 지식을 얻고자 이 책을 읽는다는 목적에서 편집이 매우 잘 되어있다. 옆 칸의 널널함에 다시 한번 반하게 된다. 궁금한 것들은 찾아봐서 짧게 메모하거나 정리할 수 있으니 작은 편집 센스에서 느끼는 소소한 감동이다.

 

이 책을 누군가에게 추천하자면 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과학동아와 함께 이 책은 중고 등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으로 이미 유명하다. 면접이나 논술에서 나올 수 있는 굵직한 이슈와 함께 자잘한 지식이 많다. 이 책에서 얻는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자소서나 포트폴리오를 쓰기에도 유용하다. 굳이 학생들이 아니더라도 최신 과학 이슈에 관심이 많다면 읽기 좋은 책이다. 이미 대학생이 되어 전공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도 전공 분야와는 다른 최신 이슈는 모른다. 모든 분야를 다루는 이 책을 읽으면 생소한 지식을 읽는 재미로 이 책을 즐겁게 읽었다. 과학 분야에서 다양한 최신 이슈를 정확하고 재미있게 다룬 기사나 책은 구하기 힘든 점을 고려하면 이 책은 오아시스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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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의 우산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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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행복해지자, 너의 행복과 더불어

-세계라는 빗속에서 황정은이 건네는 우산 같은 소설

 

이 문구만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이 책이 한없이 포근하고 따뜻한 줄 알았다. 책을 읽고 나서야 이 책은 무겁고 날카로워 나에게는 조금은 아픈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d>는 남겨진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dd가 죽고 홀로 남은 d, 사람이 떠나고 물건만 남은 세운상가의 여소녀, 세월호 사건 이후 남겨진 유가족들과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dd가 남긴 것들을 통해 d는 죽음을 느낀다. d는 사물에서 온기를 느낀다. 미적지근한 사물의 온도에 d는 흠칫 손을 뗀다. 그 미적지근함은 사람의 손을 탄 흔적이라고 느꼈다. 애정을 가진 만큼 사람이 남긴 온기들 같다.

 

우산이라는 사물이 아니고 작은 dd인 것처럼, dd의 일부를 빌려다 거기 둔 것 같았다.

 

소설의 첫 부분에서 d는 dd에게 빌린 우산을 베란다에 걸어놓는다. 우산은 마치 dd의 일부인 것 같아 dd에게 돌려주고도 마치 우산이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는 듯한 환상을 보기도 하고 허전함을 느낀다. 소설을 읽으면 남겨진 사람들, d와 여소녀와 세월호는 함께 느껴진다. 떠나간 이들이 남기고 간 흔적은 그렇게 허전하고 환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는 여러 사회적 사건들을 펼쳐두고 이야기한다. ‘펼치다’라는 단어가 생각난 것은 <d>에서 혁명과 세월호 사건이 이야기의 중심을 빙글빙글 도는 주변의 이야기였다면 이 소설에서는 운동과 혁명에 참여하는 ‘나’의 이야기이다. 연세대 항쟁과 세월호 사건에 있던 ‘나’와 1987년 6월 항쟁, 용산 참사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 소설에서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혁명에 관해 이야기한다. 연세대 항쟁과 6월 항쟁이 과거였다면, 세월호 사건과 2017년 촛불혁명과 탄핵이 현재로 진행된다. 이 소설에는 미래에 일어날 또 다른 혁명에 이야기한다. 여성의 차별과 약자의 이야기를. 소설은 수면 속에 가라앉아있던 여성의 사회적 소외를 꺼내 이야기한다. 연세대 항쟁에서 함께 운동하면서도 소외되었던 여성, 일상적으로 무시되는 직장 내 성희롱,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행동들과 탄핵 운동에서 악‘녀’라고 말하는 문제들까지. 많지만 무시되어 왔던 여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하나의 길처럼 만들어준다. 과거를 되짚고 현재를 딛고 앞으로 나아간다. 앞으로 일어날 변화들을 함께할 이들에게 우산을 건넨다.




소설에서 말하는 혁명들은 역동적이고 거칠지만 이야기하는 글은 정작 담담하다. 요동치는 깊은 해류 위의 잔잔한 바다처럼 소설이 깊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확실히 어려운 책이다. 천천히 읽고 다시 읽고 중간으로 돌아가서 읽고를 반복했다. 짧은 문단 속의 이야기에도 많은 것들이 담겨있어 곰곰이 생각하다 책장을 넘기는 소설이었다. 읽고 나니 잔잔한 문장들에 오히려 내 마음이 요동친다.

 

이 책이 나에게 아픔을 준 이유는 내가 그동안 ‘혁명’과 변화를 멀리해왔기 때문이다. 나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사회적 문제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살아왔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긴 수험생활을 핑계로 뉴스와 사회, 주변의 일들에 대해 무관심하게 살아왔다. 근현대사와 현재를 이야기하는 글들을 읽지 않았고, 바쁘다는 핑계로 뉴스와 사회적 문제들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 책은 단 한 줄로 날 찌른다. 모두가 돌아갈 무렵엔 우산이 필요하다. 세계라는 비를 나 홀로 유유히 피할 방법은 없다. 작가는 그렇게 나에게 우산을 건네며 말한다. 이 모든 게 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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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좋은 날
모리시타 노리코 지음, 이유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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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변하지 않는 것을 찾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복잡하고 거창해 보이지만, 간단히 말하면 한평생 나와 함께할 취미생활을 찾고 있다. 자기 계발을 위해 이것저것 다양하게 하는 중이지만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을 하다 보니 지치게 되고 도리어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는 것이 없다. 많은 것들을 짧게 하면 경험이나 성취감이 쌓일 수는 있지만 공허함이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즐기며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었다. 내가 지치고 피곤할 때도, 즐거움을 나눌 때도 그 어느 변화무쌍한 순간에도 함께 할 취미를 찾는다.

 

이 책은 다인-다도를 하는 사람-이 25년간 다도를 배운 경험을 쓴 에세이집이다. 차를 배우며 보고 느낀 것, 삶과 차에 관해 이야기한다. 책에는 작가의 삶과 마음이 담겨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진한 말차의 맛이 난다.

 

 


“차라는 건 말이지, ‘형태’가 그 첫걸음이란다. 먼저 ‘형태’를 만들어 두고 그 안에 ‘마음’을 담는 거야”

 

이 책 <매일 매일 좋은 날>을 읽고 다도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다도는 작은 것에도 마음을 담는다. 물을 뜨는 것에서부터 물을 따르는 것까지 정성스럽다.

 

“그렇게 머리로 외우면 안 돼. 다도는 그냥 한 번이라도 더 많이 연습해 보는 거야. 그러다 보면 손이 저절로 움직이게 되는 법이니까.”

 

머리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익히는 것이 아니라 익숙해지는 것이 길(道)이었다. 첫발은 왼발 먼저, 걸음 수는 일정하게 손을 내밀고 다구를 드는 동작 하나하나 몸에 담는다. 다도는 단순히 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책 초반에 다도 선생인 다케다 씨와의 첫 만남에서 인사하는 것을 보고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주인공 어머니의 말이 나온다. 책을 읽다 보면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움직임 하나하나에 담긴 마음. 다도를 몸과 마음으로 익힌 다인들은 모든 행동에 다도가 담겨있는 것이다.

 

결코 멈춰 서 있을 수는 없었다. 지나간 과거에 매달리는 건 허락되지 않았다.

“자,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하는 거야. 지금 눈 앞에 닥친 일을 하도록 해. 지금 이순간에 마음을 집중하는 거야.”

 

다도는 복잡하다. 여름에는 풍로를 쓰고 겨울에는 화로를 쓴다. 다구의 위치가 바뀌고 앉는 방식이 바뀐다. 계절과 시간에 따라 바뀌는 것에 대해 적응하고 익숙해진다. 순간에 집중하고 움직임 하나하나에 마음을 담는 것, 이것이 복잡한 다도의 규칙 너머에서 찾은 단순한 삶의 진리다.

 

책을 읽으면 내 기분이 차분해진다. 허리가 꼿꼿해지고 오롯이 책에 집중하게 된다. 진한 말차가 다완에 담기듯 내 마음에 담기는 문학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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