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좋은 날
모리시타 노리코 지음, 이유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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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변하지 않는 것을 찾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복잡하고 거창해 보이지만, 간단히 말하면 한평생 나와 함께할 취미생활을 찾고 있다. 자기 계발을 위해 이것저것 다양하게 하는 중이지만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을 하다 보니 지치게 되고 도리어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는 것이 없다. 많은 것들을 짧게 하면 경험이나 성취감이 쌓일 수는 있지만 공허함이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즐기며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었다. 내가 지치고 피곤할 때도, 즐거움을 나눌 때도 그 어느 변화무쌍한 순간에도 함께 할 취미를 찾는다.

 

이 책은 다인-다도를 하는 사람-이 25년간 다도를 배운 경험을 쓴 에세이집이다. 차를 배우며 보고 느낀 것, 삶과 차에 관해 이야기한다. 책에는 작가의 삶과 마음이 담겨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진한 말차의 맛이 난다.

 

 


“차라는 건 말이지, ‘형태’가 그 첫걸음이란다. 먼저 ‘형태’를 만들어 두고 그 안에 ‘마음’을 담는 거야”

 

이 책 <매일 매일 좋은 날>을 읽고 다도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다도는 작은 것에도 마음을 담는다. 물을 뜨는 것에서부터 물을 따르는 것까지 정성스럽다.

 

“그렇게 머리로 외우면 안 돼. 다도는 그냥 한 번이라도 더 많이 연습해 보는 거야. 그러다 보면 손이 저절로 움직이게 되는 법이니까.”

 

머리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익히는 것이 아니라 익숙해지는 것이 길(道)이었다. 첫발은 왼발 먼저, 걸음 수는 일정하게 손을 내밀고 다구를 드는 동작 하나하나 몸에 담는다. 다도는 단순히 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책 초반에 다도 선생인 다케다 씨와의 첫 만남에서 인사하는 것을 보고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주인공 어머니의 말이 나온다. 책을 읽다 보면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움직임 하나하나에 담긴 마음. 다도를 몸과 마음으로 익힌 다인들은 모든 행동에 다도가 담겨있는 것이다.

 

결코 멈춰 서 있을 수는 없었다. 지나간 과거에 매달리는 건 허락되지 않았다.

“자,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하는 거야. 지금 눈 앞에 닥친 일을 하도록 해. 지금 이순간에 마음을 집중하는 거야.”

 

다도는 복잡하다. 여름에는 풍로를 쓰고 겨울에는 화로를 쓴다. 다구의 위치가 바뀌고 앉는 방식이 바뀐다. 계절과 시간에 따라 바뀌는 것에 대해 적응하고 익숙해진다. 순간에 집중하고 움직임 하나하나에 마음을 담는 것, 이것이 복잡한 다도의 규칙 너머에서 찾은 단순한 삶의 진리다.

 

책을 읽으면 내 기분이 차분해진다. 허리가 꼿꼿해지고 오롯이 책에 집중하게 된다. 진한 말차가 다완에 담기듯 내 마음에 담기는 문학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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