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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스캔들 세트 - 전2권
유오디아 지음 / 시간여행 / 2016년 9월
평점 :
역사 시간에 배운 것 중 생각나는 것들을 말하라하면 석기시대, 청동기, 고조선, 삼국시대, 고려, 조선, 일제강점기....이렇게 줄줄 읊을 것이다. 그럼 대한제국은? 하고 묻는다면 응? 아아, 대한 제국도 있었지, 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1897년부터 1910년까지라는 짧은 시기만큼이나 배우는 시간도, 배우는 양도 적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흐릿했던 대한제국이라는 시대에 대한 내 기억이 <제국 스캔들>로 크게 변했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와 책을 읽고 난 후의 책에 대한 인상은 완전히 다르다. 처음에는 스캔들, 이라는 강렬한 제목에 격정적이고 농밀한 로맨스를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본다면 그 인상은 싹 사라지고 만다. 많은 것들이 바뀌어가던 대한 제국을 녹여낸 배경과 조금씩 더해지는 역사적인 사건들, 그 속에 피어나는 사랑의 기운은 정신없이 책을 읽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 책의 가장 좋았던 점을 꼽자면 신선함과 자연스러움이다. 로맨스 소설을 읽다보면 조선시대가 가장 익숙하고 다른 시대를 접하면 '역사로맨스=조선'이라는 공식이 어긋나 멈칫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건 대한제국 이야기야! 하는 강렬한 외침에 새로운 공식 하나를 접하게 되는 느낌이었다. 낯선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하는 것과 동시에 우체총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가는 것은 흥미를 돋우기에는 충분했다. 우체국은 아는데, 우체총사는 무엇이 다른 것일까? 하는 생각과 인력거, 전화교환수 같은 지금은 사라진 것들, 자동차와 스케이트 같은 익숙한 단어들이 한데 어울리는 모습은 낯설지만 즐겁게 느껴졌다. 이미 귀가 솔깃하고 눈이 반짝거리게 되어 콩깍지가 한번 씌었는데, 부담스럽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역사적 배경을 잘 담아내어 읽는데 멈춤 없이 술술 읽혀졌다. 줄줄이 주석이 달려 읽다가도 멈칫해야할 필요도 없었고, 잘 모르는 단어에 아리송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글이 읽혀져 몰입도가 더 좋았다.
가끔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로맨스를 읽고 싶을 때 꺼내 볼 책들이 책장 한편에 놓여있다. 이 책 또한 후에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로맨스 소설로 충분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