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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이 오고 있다 ㅣ 세상을 읽는 눈
신명호 지음 / 개마고원 / 2020년 10월
평점 :
‘빈곤poverty’이란 말이 입에서 나오거나 머리에 떠오르면 짐짓 두렵고 막막해진다. 내가 빈곤자이든 주변의 아는 사람이 빈곤자이든 별반 다르지 않다. 맘 구석에서 나의 자아는 ‘나는 싫어. 나는 아냐’라고 중얼거린다. ‘빈곤’을 정의하기가 힘들고 빈곤의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하기는 더 힘들다.
단순하게 빈곤은 가난이고 가난은 개인의 게으름이나 의지부족으로 생긴 현상이기에 개별적으로 개개인이 노력하여 빈곤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헛생각의 헛말이다. 그렇다고 빈곤은 사회문제이니 국가가 직접 관여하여 빈곤의 원인을 찾아서 중재하여 빈곤문제를 없애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뜬구름 잡는 소리같다.
가난이 무엇이며, 빈곤과 어떻게 다른지, 빈곤의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 사회가 빈곤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처리해야 하는지 등등 모르는 게 한 둘이 아니다. 평소 빈곤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 본 경험이 없기에 깨놓고 하나도 모른다. 시사프로에 가끔 나오는 저소득층, 빈곤층, 노숙자들을 보고 가난하면 안된다, 저렇게 살면 안된다. 아하 불쌍하다, 안됐다 등등을 생각하고는 끝이다. 나와는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고 가까이 가면 안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 등을 갖고 살아왔다.
딴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암묵적 경계심을 갖고 살아온 나 자신이 너무 나약하게 보였다. 나와 타인에게 아무 소용없는 사람이 되기 싫다는 생각에 이 책 ‘빈곤이 오고 있다’(신명호 저서, 개마고원 출판, 2020)을 읽게 되었다.
빈곤의 정의와 원인 그리고 실태를 하나하나 풀어 설명하는 저자의 글을 따라 푹 빠져서 책을 읽었다. 그러다 책의 중간쯤 되는 부분에서 노숙인과 인터뷰를 실시한 조사원들의 경험을 읽고 깜짝 놀랐다.
노숙인과 일대일 인터뷰를 하였다는 조사원들이 이런 말을 이구동성으로 했다고 한다.
“저들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더라.”
“나도 저들처럼 되지 말란 법이 없더라.” (151)
이러한 노숙인들의 이야기를 들려 준 후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부분의 문제가 전체의 문제일 수 있음을 인식하는 사회는 그 문제에 대한 해법과 예방책을 정책과 제도로 마련한다. 노숙인 문제에서도 국가 차원의 고용과 복지 정책이 중요한 이유다.’
노숙자가 된다거나 빈곤자가 되는 게 순리적으로 나와 있는 계단을 밟아서 되는 길이 아니라 누구라도 외부의 극단적이고 부정적인 상황이 생활을 무너뜨려서 혼란 상태에 빠지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맞게되는 불행임을 알게 되었다. 무서웠다.
‘1990년 중반까지 8%인 빈곤율이 1997년 말 외환위기로 12%이였다가 그 후 조금 내려가는 듯하다 2003년부터 다시 악화되다 2009년에는 15.4%로 정점을 기록‘(52)하였다 한다.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빈곤율이 높다는 지표가 사실이라도 하면 사회 불평등 해소의 방법을 찾아서 빈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직접 현장에서 사회운동을 하시고 계신 저자 신명호씨로부터 이론이 아니라 실제 ’빈곤‘의 해결책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빈곤‘의 원인으로 지적한 5가지 –질병, 재해 및 사고, 노령, 실업, 질 낮은 일자리- 중에서 눈여겨 본 부분은 뒤의 2가지인 실업과 질 낮은 일자리이다. 이 둘은 개인적으로 혹은 우연히(혹은 개인이나 기업의 부주의로) 맞는 가난의 원인이 아니다. 국가의 적극적 개입과 근로자를 생각하는 기업의 올바른 이윤추구가 필요하다. 저자 역시 국가와 기업이 열악한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빈곤층의 증가와 저질환경의 노동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생명을 잃는 사태를 언론을 통해 보고 있다. 너무 맘이 아프고 속이 상한다. 대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으며 기업은 근로행위를 하는 노동자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생각하면 정말 답답하다. 정부가 기업과 결탁하여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려고 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 촛불혁명을 일으킨 국민의 힘을 받아서 등장한 문재인 정권에 속한 정치인들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제발 국민을 생각하고 국민을 위해서 기업인들을 단속하는 엄한 정부를 보고 싶다.
가장 알고 싶었던 게 빈곤해결 방안이다. 어떻게 하면 빈곤층을 낮추고 근로자들에게 좋은 근로환경과 좋은 소득을 줄 수 있는가. 필자는 마지막 15장의 ’빈곤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서 나름의 해결 방안을 내놓았다. 하나씩 뜯어보면 국가, 기업, 개인이 모두 공감과 실천을 해야 하는 방안이다. 이런 방안을 하나도 놓치지 말고 늘 가까이 접하면서 국가나 기업에 대해서는 감시의 눈으로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의 빈곤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의 사회보장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현제도의 문제점은 한마디로 적용 대상이 너무 적고 급여수준이 너무 낮다는 것) 둘째, 오늘날 빈곤의 확산과 구조화는 고용의 불안정에서 비롯되는 부분이 너무 크므로 무엇보다 실업자와 불안정한 취업자에 대한 사회보험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셋째, 실질적인 실업부조제도의 도입도 시급하다.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청년이나 경력단절 여성 등에게도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넷째, 빈곤층의 취업능력 및 자립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각종 사회서비스, 즉 교육, 건강지원, 노인과 아동에 대한 돌봄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내용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다섯째, 공공임대주택의 공급량을 최대한으로 늘려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공공의료체계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야 (277-278 요약함)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사회의 틀 속에서 익힌 ‘삶의 습관과 양식’을 확증편향의 기준으로 삼아서 살아가는 우리들 개인은 ‘나’가 아닌 ‘우리’를 더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확증편향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인 ‘우리’를 늘상 생각한다고 맘속으로 다짐하지만 실제 행동이나 의식이 여기에 걸맞지 않고 추상적인 사념으로 끝났다. 앞으로는 위의 방안을 하나씩 되새기면서 필요악이긴 하나 빈곤문제가 사회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인해 축소되다가 사라지는 날이 올때까지 동참하도록 해야겠다.